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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국제품 불매하자"...트럼프 관세폭탄 中의 보복, 사드와 닮은 점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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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중국 인터넷에 2016년 남중국해 분쟁때 발생한 KFC 불매운동 동영상이 다시 등장했다. /신랑웨이보


“중국인들이여 일어서라 미국 제국주의 반동파를 타도하고 미국 일본 한국 제품을 보이콧하자” “미국은 잊지말라. 너의 상대가 얼마나 단결된 국가인지.이전 롯데(사태)에서도 교훈을 못얻었나,미제를 보이콧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5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 1333개 품목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연간 1000억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6일 중국판 트위터 신랑웨이보에 나돈 글들이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은 2016년 남중국해 분쟁 여파로 KFC 불매운동이 벌어졌던 당시 영상(http://t.cn/RmLBsaj)을 링크하기도 했다. 미국 제품 보이콧 목소리는 아직은 작지만 작년 3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이후 중국에 거세게 몰아쳤던 롯데 불매 운동을 떠올리게한다.

트럼프의 관세폭탄에 대한 중국의 맞보복과 사드보복은 모두 갈등관계의 나라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보복 상대인 미국과 한국의 국력차이 만큼이나 닮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폭탄 검토 지시에 대해 중국 상무부과 외교부는 6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만약 미국이 중국과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일방주의와 무역보호주의 행동을 이어간다면 중국은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과거 경고를 재확인하는 등 양국은 협상을 하면서도 상대가 먼저 고개를 숙이기를 기다리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보복 주체가 다르다?...사드때 “민의”라고 발빼던 中 정부 대미 공개보복

“아이폰 들고다니거나 미국 차를 몰고 갈때는 조심하라”는 등 미국제품 보이콧 호소문에 댓글이 연이어 달리고 공유되는 사례는 아직 많이 보이지 않는다. 사드보복 때와는 온도차이가 느껴진다.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은 힘빠졌나. 왜 (반미)움직임이 없지”라는 글이 나올 정도다.

2016년 발생한 미국제품 불매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사드보복 때와는 달리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보복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제품 보이콧 호소에 “정부가 이미 보이콧한다고 하지 않았나. 잘 대응하닌까 국민은 자기 할일만 하면 된다”는 글이 이를 보여준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3월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폐막후 기자회견에서 “무역전쟁을 피해야 한다”며 “이성을 유지하고 감정으로 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대목은 사드보복 때 ‘반한 감정’ 폭발을 부추긴 것과 대비된다.

특히 중국 정부는 사드보복을 두고 “모두 민의에 따른 일”이라며 단체관광 및 한류(韓流) 금지령과 롯데마트 무더기 영업정지의 정부 개입을 부인하던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25% 추가 관세 부과 대상이 될 미국산 대두 자동차 항공기 등 106개 품목 리스트를 공개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등 공개행보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5일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집요하게 중국산 제품에 대해 대규모 고율 관세 명단을 발표해 중국은 필요한 보복 조치를 내놓았다"며 "이는 주권국으로서 중국의 정당방위이며 글로벌 무역 메커니즘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관세폭탄을 외부압력으로 규정하고 외세에 굴복했던 아편전쟁때와는 달리 ‘강한 중국을 이끄는 강한 지도자’ 시진핑을 부각시키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다.

주광야오(朱光耀)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신중국 설립이래 외부압력에 한번도 굴복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로 혁신발전을 통해 중국 경제를 훨씬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주 부부장은 시 주석이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중국은 남의 나라 이익 희생을 댓가로 발전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합법 권익을 방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쓴 열매를 삼킬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말라”고 한 것을 상기시키며 미중 무역분쟁처리를 위한 지도원칙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때문에 시 주석의 권력강화가 되레 외교의 유연성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복 대상 선정 기준 비슷...자기 피해 최소화

중국이 연간 수입규모가 30억달러에 이르는 돈육 철강 등 128개 미국산 품목 리스트를 발표한 3월 23일 중국 증시는 급락했지만 돼지고기 관련 상장사 주가는 올랐다. 반사이익을 기대해서다.

하지만 쐉후이(雙滙)발전은 장중 5%이상 떨어진 뒤 0.74% 하락으로 마감했다. 세계 최대 돈육 가공업체인 미국의 스미스필드를 2013년 인수한 완저우(萬洲)국제의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완저우국제는 이날 장중 10%이상 빠졌다가 4.65% 하락했다.

중국의 보복이 중국에도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하지만 4일 내놓은 추가 관세 106개 추가 관세 대상에 예상되던 미국 반도체를 넣지 않았다. 대두 자동차 항공기와 달리는 자국산이나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기 힘들기 때문이이다.

반도체 카드를 남겨놓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국에 사드보복을 하면서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불매는 커녕 되레 수입을 늘린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이 자체 대체하기 힘든 제품과 기술 경쟁력을 갖는 게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 ‘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내 미국 제품 보이콧 주장에 “아이폰 뿐 아니라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윈도로 돌아가는 PC, 미국이 공짜로 제공하는 GPS도 모두 중단하지” “CPU도 보이콧? 인텔 것 쓰지 말자고. 그러면 집에 있는 PC 버려야겠네” 등의 비꼬는 댓글이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적진 분열 노린 사드보복 닮은 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6일 보잉 다우케미칼 등 미국 기업 임원, 미국 관료 출신 연구원, 매트 베빈 켄터키주지사 같은 미국 지방정부 지도자 등을 인터뷰해 작성한 “우리는 중국과 번영된 무역관계가 필요하다”는 제하 미국발 기사를 올렸다. 공화당이 강세인 켄터키 주는 중국의 25% 관세 보복에 오른 담배와 위스크 생산지역이다.

전날에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의 ‘미국의 보호주의 집착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기고문 등을 올린데 이은 것으로 미국의 목소리로 트럼프를 때리는 전략이다. 미국 농민이 트럼프의 무역보호주의 중단을 촉구하는 광고를 올린 것을 부각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드보복 때 한국내 여론 분열을 이끈 것을 떠올리게 한다.

◇반미⋅반중 동맹 키우기 기싸움 가열

중국은 미국 무역보호주의 저지를 위한 글로벌 동맹까지 호소하고 나섰다. 세계무역기구(WTO) 상주 중국 대표단장인 장샹천(張向晨) 대사는 지난 4일 성명에서 “WTO의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핵심인 최혜국 대우를 엄중 위반하는 전형적인 일방주의이자 무역보호주의로 WTO의 기초를 흔들었다”며 “WTO 회원국들이 중국과 함께 미국의 보호주의를 결연히 억제하자”고 호소했다. 한국에 일방적으로 경제제재를 가했던 사드 보복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래리 커들러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5일 “세계에있는 모두가 우리가 해야 한다고 해온 것을 트럼프가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다른 주요 경제대국들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할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무역 의지의 연합(trade coalition of the willing)으로 부른다”며 “세계의 모두는 중국이 오랜 세월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지의 연합’은 커들러가 지난 3월 지명된 직후 “미국은 거대한 무역파트너들과 동맹의 연대를 이끌어 중국과 맞서야 한다”면서 사용한 표현으로 조지 W.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에 이라크 참전을 독려하면서 사용했다.

반중과 반미 동맹 결성 기싸움이 가열될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유럽연합(EU)과 일본은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차별적인 기술이전 관행을 상대로 지난 3월 23일 WTO에 제소한 분쟁 건에 대해 “매우 큰 이해관계가 있다”며 참여를 요청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EU는 분쟁 참여 요청문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첨단제품이 300억유로에 이르고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FDI)가 누계로 1800억유로에 이른다고 전했다. 일본도 요청문을 통해 “중국에 대한 기술이전에 커다란 지분을 가진 주체중 하나”로 “중국에 매우 많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연간 5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의 301조 조치에 4일, 미국의 232조 조치로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3월 23일 개시한 데 대해 5일 각각 WTO에 정식 제소했다.

한반도 정세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마찰을 놓고 보이는 편가르기 행보는 한국에도 고민을 안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의 사업환경이 외자기업에 불공정하다는 트럼프의 진단은 일리가 있다. 미국 아니면 누가 얘기하겠는가.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10년뒤면 미국의 말도 먹히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느 한쪽 입장을 지지하기가 난감하다”며 “특히 트럼프의 접근 방법이 극단적이어서 전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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