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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단교사태로 위기 맞았던 카타르항공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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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카타르항공의 최신형 에어버스 A350 XWB 항공기. /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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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12] 단교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본 카타르항공의 생존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른 항공사였으면 이미 주저앉았을 상황이지만 카타르항공은 오히려 공격적인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카타르항공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브누코보 국제공항 지분 25%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공항인 브누코보는 연간 승객수가 1800만명에 달한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이날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항공은 8주 내에 지분취득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카타르항공은 지난해 11월 아시아 최대 항공사인 홍콩 캐세이퍼시픽 항공 지분의 9.6%를 6억6200만달러(7383억원)에 매입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해 9월 이탈리아 제2 항공사 메리디아나의 지분 49%를 사들인 데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인수다. 악바르 알 베이커 카타르항공의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캐세이퍼시픽의 주식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카타르항공의 이 같은 확장은 '앞마당'이었던 중동에서 노선이 대거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5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하면서 카타르항공은 하루아침에 50개 이상의 노선을 잃었다. 이들 정부가 자국 영공 통과도 금지하면서 유럽, 아프리카와 일부 서아시아 항로도 길어졌다. 그만큼 비행시간도 경쟁사보다 많이 걸린다는 뜻이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앤설리반은 카타르항공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만 5억달러(약 53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지분을 전방위적으로 인수하지만 기업 자체를 사들이지 않는 것이 카타르항공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동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티하드 항공의 실패사례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에티하드항공이 알리탈리아와 에어베를린을 사들였다가 두 곳이 파산하는 바람에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카타르항공은 현재 캐세이퍼시픽, 메리디아나, IAG 외에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의 지분도 10% 보유하고 있다.

성장전략도 기존 항공사들과 180도 다르다. 기존 항공사들은 몸집을 불릴 때 항공기 구매 대수를 늘려 취항 노선을 늘리거나 파산한 항공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이 덕분에 1996년 비행기 20대를 보유했던 카타르항공이 20년 만에 중동 제2항공사로 급성장했다. 전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이번 단교 사태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이유도 이런 전략에 기인한다. 카타르항공은 지난해 8월 브리티시항공 지주회사인 국제항공그룹(IAG)의 지분율도 15.7%에서 20%로 확대한 바 있다.

경쟁사들은 카타르항공이 생존할 수 있는 것은 국영 항공사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카타르항공은 지난 2004년부터 255억달러(약 28조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타르항공의 '선전'이 자금력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카타르항공이 20년 만에 초고속 성장한 것을 자금력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타르항공은 항공 서비스 전문조사기관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항공사 순위에서 1위를 4번이나 차지했다.

카타르항공은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서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알 베이커 CEO는 "단교로 없어진 노선이 세계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우리가 갈 곳은 많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밝혔다. 그는 "카타르항공은 도전적으로 계속 확장해 나갈 것"이라며 "카타르의 깃발을 세계 곳곳에 꽂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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