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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인터뷰]케이트 블란쳇 "로힝야 난민촌 곧 雨期...국제사회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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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난민촌 방문 후 런던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도망치다 아이 낳고 또 달린 여성 등 트라우마 심각"

구릉에 지어진 임시숙소 비 내리면 쓸려내려갈 위기

"여성 차별하는 사회는 장애 사회" 한국 미투운동 응원

“천막이나 나무로 지어진 임시숙소가 구릉에 밀집해 있는데 곧 우기가 닥쳐옵니다. 비가 쏟아지면 숙소가 미끄러지며 무너질까 봐 난민들이 몹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49)이 지난 17일부터 나흘간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로힝야족 난민촌에 다녀왔다. 영화 토르, 반지의 제왕, 엘리자베스 등에 출연한 그는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를 맡아 과거 레바논과 요르단의 난민촌을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60만명가량을 수용해 세계 최대 규모인 로힝야 난민촌의 모습은 그의 예상보다 훨씬 참혹했다.

중앙일보

케이트 블란쳇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남편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28살 로힝야족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우기가 닥치면 천막 임시숙소의 지붕이 날아가버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유엔난민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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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란쳇은 런던 헤이마켓호텔에서 가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현지에서 만난 난민의 절반가량이 18세 이하였다"며 “부모나 남편 등 가족을 잃은 로힝야족 아이들과 여성들이 겪은 두려움은 한 번도 본 적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말했다. 이어 “태어난 지 15일 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을 만났는데, 미얀마에서 도망치다 멈춰 아이를 출산한 뒤 다시 계속 달려야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블란쳇은 난민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열대 몬순 기후에 대비해 스스로 흙을 파 물길을 내고 흙 주머니를 만들어 민둥산 계단을 강화하고 있었다며 “놀라운 적응력과 긍정적인 태도를 봤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 로힝야 여성들이 피난 과정에서 성폭력을 당하는 등 여성과 어린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데, 난민촌의 상황은 어땠나.

“유엔 난민기구가 임시 피난처나 식사, 의료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우기가 곧 올 예정이라 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위생적인 면에서도 매우 취약하다. 상황이 안 좋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규모가 크고 아픔이 깊은 줄은 몰랐다. 3살짜리 동생이 불에 던져지고 형이 총격에 숨지는 것을 목격한 어린이도 있었는데 얼마나 큰 트라우마를 겪었겠나. 난민촌에서 만난 18살 소녀는 미얀마 국경 숲에서 지냈었는데, 남편이 끌려가 어떻게 혼자 버틸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중앙일보

케이트 블란쳇이 로힝야족 난민촌에서 만난 이들의 절반은 18세 이하였다. [유엔난민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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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정부는 난민들이 돌아오길 바라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데, 난민들을 만나보니 어떤 입장이던가.

“내가 만난 이들은 모두 미얀마가 자신들의 유일한 집이며, 앞으로도 살아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가기가 겁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유엔 난민기구도 미얀마로 귀환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정리돼야 할 일이 많다.”

- 난민촌 방문 후 국제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난민 위기와 관련해 관대한 지원을 해줘 매우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65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있다. 로힝야족 난민을 돌보는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데도 막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 유엔 난민기구(unhcr.org/givetoday)의 친선대사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밖으로 알려 국제사회의 지원과 연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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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헤이마켓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케이트 블란쳇


- 세계적인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성폭력ㆍ성차별에 대응하는 타임스업(Time’s Up) 캠페인에 동참했는데 한국에서도 미투(#MeTooㆍ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공개적으로 피해를 밝힌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학대받은 여성들이 나서기는 절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정말 용감하다. 선거권이 주어지긴했지만 여성들은 권력에서 멀어져 있었고, 대화나 협력을 상대적으로 더 추구한다고 여겨져 왔다. 이런 환경에서 오랫동안 있었기 때문에 요즘 화산 폭발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사회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매우 희망적이다. 여성이 고통과 차별을 받는 사회는 장애가 있는 사회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위험에 처한 여성과 소녀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그들의 안전을 지탱해줄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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