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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19>창업의 성패는 두 번째 제품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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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스타트업 기업의 보이지 않은 실패 요인 중 하나가 있다. 처음 기획한 제품을 판매한 이후 그 다음 후속작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것이다. 첫 출시 제품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여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경우가 많다. 하지만 두 번째 제품은 첫 제품의 성공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미리 준비하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두 번째 제품은 첫 번째 출시 제품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이후부터 준비하기 시작하고 준비 기간이 크게 부족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두 번째 출시 제품을 기획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방식은 이미 물건을 판매한 기존 고객을 대상으로 추가 판매를 시도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을 보다 쾌적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연관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거나, 보다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추가 판매 방식은 이미 판매에 성공해 본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높다. 기존 판매 과정에서 해당 고객에 대한 이해와 욕구가 이미 파악되었을 뿐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확보한 다양한 개인 정보를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첫 번째 판매 이후 기존 고객과의 신뢰 관계가 돈독할 경우 이러한 장점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당 스타트업 기업은 범위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범위의 경제는 두 개 이상의 재화를 생산할 때 누릴 수 있는 비용 절감효과다.

두 번째는 동일한 제품을 바탕으로 인접 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회사 주변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였다면, 이제는 옆 동네, 다른 지자체 등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출 시장을 확장하면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서 아주 쉽게 제품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규모의 경제란 기업이 생산량을 늘림에 따라 제품 하나를 만드는 단위당 비용이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세 번째 방식은 위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다. 이때 스타트업 기업이 주의해야 할 사실은 본인이 추진하는 방식이 정말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유발되는 여러 비용 중에는 제품 생산량이 감소하면 비용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회사가 고객에게 물품을 발송하기 위해 트럭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고객이 물건을 1개 주문하든 10개 주문하든 주문한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트럭을 운행하는 비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물건을 1개만 주문하면 해당 물건을 만드는 데 투여되는 원료비, 제조비 등은 그만큼 줄어들지만, 배송비는 줄지 않는 비분할성을 갖고 있다.

이 경우 고객의 주문이 늘어나면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한 번 배송 시 투여되는 비용이 10만원이라고 한다면, 제품 1개를 배송하는 과정에서 투여된 배송비는 제품 한 개에 10만원이다. 하지만 제품 10개를 배송할 경우 개당 배송비는 1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제품 하나당 투여되는 비용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범위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이 회사가 트럭의 빈 공간을 활용해 택배 배송업을 같이 하기로 한다면, 이는 범위의 경제를 통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많은 창업가들이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언젠가 큰 회사로 키워봐야지 하는 포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시작하는 데 필요한 준비는 비교적 철저히 이루어지지만, 이를 키우고 유지하는 준비는 부족한 상황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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