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베트남 국빈방문] 미래관계 위해 과거사 매듭 푸는 文대통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文대통령 "양국간 불행한 역사의 유감의 뜻"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
쩐 주석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베트남 하노이 소재 호치민 전 국가주석의 묘소를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노이(베트남)=조은효 기자】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며 베트남전 참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언급했다. 과거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민간인 학살을 직접 거론한 것은 아니나 우회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사과를 표명한 것으로 비친다.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입장을 밝힌 한국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문 대통령이 세번째다. 비공개로 열린 이 회담에서 꽝 주석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공식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 사과라고 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사과, 그의 후속조처로서의 배상이 따르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유감 표명은 지난번에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진전된 게 아니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문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했을 당시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파이낸셜뉴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주석이 23일 오전(현지시간) 하노이 호찌민 주석의 거소를 방문해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대통령이 과거 베트남전 참전에 대해 '유감'이란 표현을 쓴 건 기존 '마음의 빚' 보다 진전된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예상했던 것보다 표현의 수위가 높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첫 공식일정으로 베트남 국부이자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끈 호찌민 전 주석의 묘소를 찾아 헌화했던 것 역시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바딘광장에 위치한 호찌민 주석 묘소 참배는 그간 한국 대통령이 방문할 때마다 과거 베트남전 참전 문제와 마주해야 하는 장소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양국 국교수립(1992년) 후 4년이 지난 1996년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했으나 묘소엔 가지 않았다. 문민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이데올로기적으로 대미(對美) 항전 지도자였던 호찌민을 어떻게 볼 것인지 명확히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시기였다.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별다른 입장 표명도 없었다.

입장 표명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12월 베트남 방문 당시 처음으로 묘소 입구에서 헌화하고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 아니게 베트남인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우리 국민이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우회적인 표현을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각각 호찌민 묘소를 참배했지만 과거사에 대한 사과나 언급은 없었다.

이번에 "유감의 뜻"이란 입장이 나온 건 최근 국내에서 한.일 관계에 빗대 한국도 베트남에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형성되고 있는 점,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으로서의 정체성, 양국이 호혜적 발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일부 과거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판단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