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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아이가 가진 다양한 재능들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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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수업시간에 활동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가 크면 하고 싶은 일 적기.’ 모둠별로 친구들과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었다. 큰 아이는 작은 칸에 빽빽하게 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다 적어 넣었는데 딱 한가지만을 적으라고 하니 고민이 됐었나 보다. 종이가 벗겨질 정도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 흔적 위로 ‘아나운서’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매일경제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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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 전 아나운서로 일을 했었다. 아이 둘을 낳고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되었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의 옛 직업이 많이도 회자됐었나보다. 아이가 아나운서라는 네 글자를 쓰기 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뻔히 보여 편하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적어 보라고 하니 스케치북 한 장을 금세 다 채워 넣는다.

“ 엄마는 지금 직업이 여러 개잖아.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엄마?”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내가 늘 강조해주는 한 가지가 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살게 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 그러니 너에게는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가 자신 있게 커나가길 바란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다른 아이와 내 아이의 하루일과를 비교한다.

아이가 하고 싶어 시작한 것들이 속도와 진도로 남과 비교되기 시작할 때 더 이상 순수한 즐거움이 지속되기는 힘들다. 나도 모르게 아이를 향해 내뱉게 되는 교묘한 비교와, 질책, 근심들. 그 밑바탕에는 ‘남이 하는 만큼은 너도 해야 한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지면 내 아이만 손해라는 불안한 마음, 그러니 최고는 아니더라도 남들 하는 수준은 너 역시 해야 한다는 강박심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남들이 하는 것을 내 아이도 꼭 해야 될 필요는 없다. 남들이 잘 하는 것과 내 아이가 잘 하는 것이 같을 수는 더더욱 없다. 내 아이가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아이의 가능성의 폭이 더 넓다는 것이고, 또 특별한 재능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대가 변하면서 직업의 판 역시 달라지고 있다.

‘사’자가 들어가는 직업만이 유망직종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역시 많아졌다. 하지만 오랫동안 주입식 교육과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환경, 현 시대의 취업난에 익숙한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똑같이 과거의 관습들을 드러내고 있을지 모른다.

‘다름’이 불안을 야기하는 증폭제가 아니라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기회로 받아들인다면 부모는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직업은 있을 수 없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수 십 가지의 일들이 너의 재능이 될 수 있고 나아가 너의 직업, 또는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어야 한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개정교육과정에 따르면 초. 중. 고등학생의 직업 탐색 기회가 예전보다 더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경우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 중심의 배움 지향적인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고 중학교는 자유학기제와 자유 학년제 도입으로 희망학교에 한해서 한 학기를 진로탐색, 발달의 계기로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좋은 신호이다.

소프트웨어(SW) 교육과정이 중1, 고1학년들에게 의무화되면서 변해가는 시대에 필요한 자질을 키우기 위한 정책들 역시 증가하고 있고 더불어 주춤하던 이공계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강동구 외 다양한 지역에서는 학생들의 창의적 진로설계를 위해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있고, 융합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나운서라는 한 가지 꿈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던 나는 지금 < 몰입육아달인의 육아 처방전> 이라는 책을 출간한 작가, 스피치 강사, 매일경제 칼럼니스트, 맘. 키즈 전문기자,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하나 해보면서 묵묵히 걷는 과정 속에서 꿈은 발견되는 것이었고, 숨겨진 재능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재능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응원, 노력으로 발전된다는 것을 이제 알 수 있다.

모든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은 하나가 아닐 수 있다고. 꼭 하나만 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필요는 없다고. 그러니 친구가 하는 일을 나 역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피곤한 것이라고. 나답게 자신 있게 나아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도 감히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남들이 다 가는 길이라 내 아이도 그 길로 살짝 밀어 넣지 말라고. 아이가 내뱉는 황당한 꿈들을 열렬히 응원해주길 바란다. 내 아이가 가진 수많은 재능들을 열렬히 응원해주자.

아이들은 오늘도 하루 수십 번 새로운 어른을 꿈꾼다. 아이에게 ‘넌 커서 뭘 하고 싶어?’라고 질문은 사실 시작부터가 틀린 것 일지 모르겠다.

[최지은 스피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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