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은둔·맞대응·재빠른 사과…'미투 지목자'의 세가지 대응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송승윤 기자]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연일 지속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대응방식이 눈에 띈다. 일부는 입을 꼭 다문 채 두문불출하거나, 재빠른 사과로 여론 무마를 시도하고, 고소를 통한 강경한 맞대응을 펼치는 등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아시아경제

거문고 명인 이오규 용인대 전 명예교수. (사진=앨범 표지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은둔형= 제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오규 전 용인대 국악과 교수의 행방이 묘연하다. 지난 15일 이 전 교수는 명예교수직을 박탈당한데 이어 문화재청 전수교육지원금 지급까지 중단 통보를 받았지만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휴대전화를 꺼놓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모두 차단했다. 이 전 교수가 두문불출하며 그를 향한 조사도 주춤한 모양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나와 정확한 혐의가 입증될 경우 정식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그 때문에 행방이 묘연한 부분에 대해서도 따로 조치를 취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고은 시인 역시 이달 초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자신의 성추문 논란을 부인하는 성명을 전달한 것 외엔 국내 언론과는 접촉하지 않으며 최대한 노출을 피하고 있다. 고은 시인은 성명을 통해 "나는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서울시청에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설치 된 '만인의 방'이 철거되는 등 전국 각지에서 '고은 지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하일지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19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자신의 미투 폄하 논란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기 전 학생들의 사과 요구 발언에 웃고 있다. 하 교수는 성추행 논란 및 강의 도중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발언과 여성혐오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발 빠른 사과형= 19일 ‘중동 전문가’로 유명세를 떨치던 한국외대 서정민 교수가 교수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외대 대나무숲'에는 서 교수의 상습적 성추행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서 교수는 학교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저의 성숙하지 못한 언행으로 제보자의 마음에 상처와 고통을 입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모교와 동료 교수님, 학생들의 명예를 실추시켜 죄송하다. 교수직을 포함한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겠다”고 밝혔다. 미투 폭로의 대상이 된 지 12시간 만이었다.

서 교수의 발 빠른 사과와 교수직 사퇴는 여론 무마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양새다. 총학생회 관계자는 “일단 사과를 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니 학교의 진상조사 등 처분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같은 날 서 교수와 마찬가지로 성추행 의혹으로 교수직에서 물러난 하일지 동덕여대 교수에 대해선 연일 압박이 거세다. 하 교수는 강단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사과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히며 총학생회 등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샀다.
아시아경제

정봉주 전 의원이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경 대응형= 지난 7일 정봉주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전격 취소됐다.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현직 기자인 A씨의 인터뷰를 통해 "정봉주 전 의원이 2011년 당시 기자 지망생이던 A씨를 호텔 카페로 불러내 갑자기 껴안고 키스를 하려 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13일 프레시안을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정 전 의원은 “성추행이 있었다고 지목된 2011년 12월 23일 종일 5∼10분 간격으로 동영상을 찍듯이 저의 행적을 촬영한 사진을 780장 확보했다”며 “프레시안이 이 증거를 보고도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지 보겠다. 이제는 성추행 의혹을 두고 더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2일 오후 2시 정 전 의원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프레시안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는다. 하지만 프레시안 역시 “해당 보도의 본질은 정 전 의원과의 '진실 공방'이 아니라 피해자의 외침이 사실로 입증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며 정 전 의원을 맞고소해 진흙탕 싸움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