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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친일 설립자에 참배까지…3대 걸친 '족벌' 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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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1인을 위한 대학…서울예대④] 개교기념일=친일 참배의 날…'문어발'식 뻗은 직계‧친인척

CBS노컷뉴스 신병근·윤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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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 본관 앞에 세워진 '동랑 유치진 선생 상'. 대표적 친일 예술인으로 분류되는 그의 흉상 뒤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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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城)이다. 중세시대 영주들은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전권을 휘둘렀다. 적지 않은 학교의 장들은 말그대로 '영주'였다. 학교구성원들은 안중에 없었다. 오직 자신과 족벌로 일컬어지는 몇몇만이 존재했다. 국가지원금은 물론 등록금까지 온갖 조작과 편법을 통해 '쌈짓돈'으로 둔갑됐다. CBS 노컷뉴스는 대한민국의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사학비리의 '민낯'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교육부는 '무시'… 입학전형료로 '수당 파티' 벌인 총장님
②서류 위조·조작 '난무'…줄줄 새는 서울예대 특성화 사업비
③총장 사모님의 '수상한' 인도네시아 출장
④친일 설립자에 참배까지… 3대 걸친 ‘족벌’ 사학
<계속>

서울예대 본관 앞 설립자 유치진 전 총장의 흉상 위로 대한민국 국기, 태극기가 펄럭인다. 친일파였던 그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유치진 전 총장이 친일파 예술인으로 확인됐음에도 서울예대는 56년째 개교기념일이면 그를 추앙하는 묘소 참배를 학교 공식행사로 이어오고 있다.

유치진 전 총장에 이어 유덕형 현 총장, 그리고 그의 아들(학교 보직자)까지 3대로 이어지는 '세습 권력'은 유 전 총장의 친일을 예술 행위로 미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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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 본관 앞에 세워진 '동랑 유치진 선생 상'. 학교 설립자인 유치진 전 총장은 대표적 친일 인물로 꼽히고 있다. (사진=신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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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눈치보며 등 떠밀려 동원되는 '친일 참배'

매년 4월 12일이면 서울예대 교직원들은 경기도 파주의 한 추모공원을 찾는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학교 설립자인 유 전 총장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참배 인원은 전 교직원 177명의 절반인 87명에 달했다.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개교기념일에 설립자의 묘소를 참배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임에도 학교는 교직원들을 상대로 묵시적인 강요를 하고 있었다.

서울예대 교직원 A씨는 "가기 싫어도 억지로 눈치보면서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며 "여기서는 설립자에 대해 친일이라고 했다가는 역적으로 찍힌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참배 여부는 총장에 순응하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B 교수는 "항상 보면 참배에 참여하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그들만 똘똘 뭉쳐서 모든 것들을 다 차지하고 있다"며 "나머지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모든 주요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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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대가 학교 설립자인 유치진 전 총장의 친일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지속해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서울예술대 출입구. (사진=신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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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립자 친일 흔적 지우기에 급급한 서울예대

친일 설립자를 참배한다는 비판에도 서울예대측은 오히려 유 전 총장의 친일 행적을 지우고 미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예대는 매년 유 전 총장의 호인 '동랑'을 딴 청소년예술캠프를 개최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동랑 연극상' 부활을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2017년 보직자 회의록'을 보면 5월 25일자 기록에 박지훈 경영부총장 발의로 '동랑 연극상' 제도 부활에 대한 논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 논의에서는 '창학정신을 되새기고 설립자 유지를 받들기 위해 동랑 유치진 연극상 부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으며, 올해 4월 시상을 목표로 관계자 회의를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예대는 학내 연구기관인 '예술한국학연구소'를 만들어 유 전 총장의 업적을 학술적으로 포장하는 데 이용했다. 이 연구소는 지난 2015년 유 전 총장을 위해 '동랑 유치진 선생의 삶과 업적'이란 주제로 포럼을 열기도 했다.

당시 발표 내용을 보면 '동랑이 한국 연극의 아버지인 이유', '동랑 유치진의 예술세계' 등 유 전 총장에 대한 미화로 채워졌다.

이와 관련 교수 C씨는 "'예술한국학연구소'는 유치진의 업적에 대한 당위성을 찾고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학교의 모든 문화행사를 그와 연관시켜 재해석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친일 설립자를 위한 우상화 작업에 학생들의 등록금인 교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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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대 유덕형 총장 가계도. (사진=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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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어발'식 족벌 사학… 주요보직 꿰 찬 '로열패밀리'

이처럼 '친일' 설립자를 참배하는 '친 총장파'들이 판을 치는 이유는 학교안에 총장을 필두로 한 '족벌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유 총장의 가계도만 봐도 학교에 대한 '세습 권력'의 지배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 총장은 법인 이사장과 대학 총장을 번갈아가며 40년 째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의 아들(D) 역시 현재 교수겸 교학운영처장을 맡고 있다.

3대에 걸친 족벌은 학교의 주요 보직과 법인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로, 유 총장의 부인(C)과 매형(A) 모두 법인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 총장의 누나(B)는 석좌교수로 있으며, 유 총장의 딸(E)과 사위(F)는 각각 미국 뉴욕에서 학교와 관련된 극단 디렉터와 교수로 있다.

이에 대해 교수 G씨는 "소위 우리나라 예술의 방점을 찍는 학교라 알려져 있으면서 결국은 이런 부조리와 비상식적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 발전도, 우리 예술 발전도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측은 유 전 총장에 대한 참배 행위에 대해 설립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며, 친일 문제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괘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예대측 관계자는 "참배는 교수, 직원, 학생, 조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설립자에 대한 정기를 받는 계기로 만들고 있다"며 "친일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설립자가 친일 인명사전에 등록된 것이 객관적이냐"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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