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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당첨되면 6억원 '로또 아파트'에 현금 부자 3만명 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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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자이개포’가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3만1000여명이 몰리며 평균 25대 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가 주변 시세만큼 오를 경우 청약만 당첨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수요자들이 몰렸지만, 10만명까지 몰릴 것이란 업계 예상에는 못 미쳤다. 자금출처 조사와 불법청약 조사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21일 진행된 디에이치자이개포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일반분양 물량(특별공급 제외) 1245가구를 모집하는데 3만1423명이 몰려 평균 25.22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19일 진행된 특별공급에선 458가구에 999명이 몰려 2.16대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아파트는 분양가가 가장 낮은 전용 63㎡이 11억120만원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이 없는 데다 시공사도 자체 보증을 통해 중도금 대출을 알선하지 않는다.

조선비즈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장련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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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예상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도 계약금 10%와 중도금 60% 등 최소 7억원 정도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약자 수가 많았다는 평가다.

앞으로 계약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부가 자금출처 조사와 불법 청약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으름장 가운데서도 1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이렇게나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 불씨가 살아 있고, 유동성이 풍부한 수요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로 잠시 움츠렸지만, 기회만 있다면 언제든 청약에 나설 수요자들이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규제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지만, 입지가 좋은 지역에 공급되는 단지라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수요자들이 믿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지금은 정부 규제 강화와 단기 고점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소나기’는 피해간다는 마음으로 수요자들이 주춤하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가격 상승을 기대한 수요자들의 매수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 청약에서 탈락한 현금 부자들이 앞으로 나올 다른 강남권 단지 청약에 뛰어들 가능성도 매우 크다.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 주변 시세와 비교해 낮은 분양가에 공급될 것이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서초우성1차 등이 그런 단지로 꼽힌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손 놓고 지켜만 볼 경우 ‘초 양극화의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강남권 신축단지는 현금부자만 청약을 넣을 수 있고 서민은 꿈도 못 꾸는 일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에이치개포자이 특별공급 당첨자 444명 중 20대 청약자만 14명에 달했는데, 업계는 이들이 증여를 통해 돈을 마련할 수 있는 ‘금수저’일 것으로 보고 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분양가가 책정됐을 때부터 로또 주택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160만원으로, 인근 단지 시세와 비교해 3.3㎡당 1000만원 이상 낮다. 인근 단지 분양권의 경우 전용 84㎡가 20억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디에이치자이개포 전용 84㎡ 분양가는 14억3160만원 정도다. 청약만 당첨되면 가만히 앉아 버는 돈이 6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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