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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뒷북 방한 더블스타 회장 '금타 굴욕 매각' 논란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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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유지하고 파업금지 철회

일부선 '인수포기 수순' 관측도

오늘 산은서 금타인수 입장발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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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타이어(073240) 인수에 나선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이 21일 전격 방한했다. 차이 회장은 최근 “(금호타이어 인수 후) 고용을 유지해야 된다는 것은 처음 들어본 얘기”, “노조가 반대하면 인수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등의 고자세를 보여 금호타이어 노조의 반발을 부르며 ‘굴욕 매각’ 논란을 키워왔다. 더구나 인수하려는 금호타이어 노조를 직접 설득하기는커녕 중국 현지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해 가뜩이나 해외매각에 반대해온 노조를 한층 자극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차이 회장의 이번 방한은 국내에서 번지는 굴욕 매각 논란을 진화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해외매각을 줄기차게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를 설득할 ‘히든카드’를 준비해왔는지 등도 관심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노사 합의 자구안과 해외자본 유치 동의서 제출 시한을 30일로 최후 통첩한 상황에서 굴욕 매각 논란이 불거지자 차이 회장이 직접 노조를 접촉하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방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차이 회장은 노조를 직접 만나 설득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가능하다) 그 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요하면’이라는 전제를 붙인 것 자체가 노조 설득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노조 반발을 불렀다. 실제 노조 내부에서는 “더블스타는 전혀 인수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반(反)더블스타’ 분위기가 강하다.

이 같은 부정적인 분위기를 한방에 깨기 위해 차이 회장이 노조에 ‘고용유지, 노조보장, 단체협약의 승계’ 등을 확약할 가능성이 있다. 차이 회장은 김종호 금호타이어 회장이 노조 측에 밝힌 고용유지 등에 대해 “처음 듣는 말”이라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은 “특별한 구체적 사안에 대해 더블스타가 숙지가 안 됐을 수도 있고 명백히 얘기하기 곤란했을 수도 있다”며 “금호타이어의 대주주가 바뀐다고 해서 노조와 회사 간 협의 사항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차이 회장이 고용유지 등을 분명하게 약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굴욕 매각 논란의 핵심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선행조건이었던 ‘파업금지’ 조항 삭제도 제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이 회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이 회장과 만나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금호타이어 신주인수계약 체결을 위한 선행조건 충족 방안 등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차이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 없이 산업은행 건물을 빠져나가면서 매각이 다시 미궁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이 회장은 “노조가 반대하면 인수를 안 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어 노조가 파업에 나선 만큼 이대로는 인수가 어렵다는 점을 산은 측에 어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차이 회장이 노조를 만나겠다는 뜻을 언론을 통해 흘리면서도 노조에는 구체적인 면담 요청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도 더블스타의 인수 의지가 식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차이 회장이 노조를 만나기 위해 광주공장까지 내려올 정도의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노조가 반대하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더블스타가 정말 인수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더블스타측은 22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차이 회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금호타이어 일반직 직원 600여명이 이날 광주공장을 찾아 ‘해외자본 유치에 찬성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일반직 직원들은 “노조 집행부가 회사의 모든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에게 법정관리에 따른 고통과 시련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파업을 중단하고 자구안 마련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노조는 “청와대나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 한 번 내지 않고서 이제 와서 노조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일반직 직원들을 비판했다. 사무직원과 현장직원 간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어 누가 인수하더라도 내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희영·조민규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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