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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영포빌딩은 MB 저수지"····불법 자금·문건 흘러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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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영포빌딩, 불법자금 세탁·보관 저수지”
금고·관리현황 직접 살피며 선거비용 등에 써
민감한 문건 따로 추려 보관, 형사처벌도 가능

검찰이 이명박(77·MB)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한때 그의 소유였던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을 ‘저수지’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성이 의심되는 각종 자금과 청와대 문건 등이 흘러든 장소라는 의미다. 검찰은 영포빌딩의 현 소유자 청계재단도 다스의 지배권 승계를 위한 도구로 쓰이려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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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영포빌딩에 대해 ‘불법자금을 세탁하여 보관하다가 사적비용으로 사용하는 저수지’라고 적시했다.

◇ 불법자금 관리하며 선거비용, 사조직 관리 등에 써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영포빌딩 내 사무실을 오가며 처남 고(故) 김재정씨, 이영배 청계재단 사무국장, 이영배 금강 대표 등을 통해 불법자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영포빌딩 지하 2층 사무실에 들러 대형 금고나 차명계좌에 보관된 불법자금 관리 현황 등을 살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가공거래, 원가조작 등을 통해 1994년~2006년 339억원 규모 다스 법인자금을 빼돌리는 등 총 350억원대 경영비리가 발생했다고 파악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로서 책임져야 한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검찰은 불법자금의 사용처로 국회의원·서울시장·대통령 등 각종 선거비용과 소속 정당 후원금, 영향력 있는 인사들에게 청탁 대가로 건넬 ‘촌지’, 차명재산 및 사조직 관리·유지 비용 등을 지목했다. 이 전 대통령이 대표를 지낸 옛 현대건설 관계자들 가운데 선거캠프 일을 도운 이들의 급여에도 다스 법인자금 4억여원이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 소유였던 영포빌딩은 2009년 설립된 청계재단에 기부됐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이 2011년 퇴임 후 활동계획과 재원 등을 담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른바 PPP(Post Presidency Plan) 기획에는 ‘상속증여세 혜택이 있는 이명박 재단에 출연해 VIP의 퇴임 후 활동을 지원하는데 활용’ 등의 문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불법 정황 등 담긴 국정 문건 3395건 숨겨

검찰은 영포빌딩 지하창고에 ‘현안 자료’, ‘주요 국정 정보’, ‘PPP 기획’ 등 3395건의 문건이 보관된 게 문제라고 봤다.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했어야 할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유출해 감춘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를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범죄사실에 포함했다. 검찰은 올해 1월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들 문건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재임 중 청와대 부속실이 보관해 온 문건 중 일부가 퇴임을 대비해 이관되는 과정에서 따로 추려졌다고 보고 있다. 법적·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담긴 문건까지 대통령기록관으로 옮겨져 공개될 경우 정치쟁점화는 물론 형사처벌도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유출 문건에는 PPP 문건 외에도 다스의 미국 소송 진행 상황과 청와대 차원의 대응 방안, 삼성전자의 소송비 대납 사실 등이 담긴 'VIP 보고사항‘, MB정부 사정(司正)기관이 보고한 문건 등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들 문건은 대통령기록관에 전혀 이관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현안자료', '주요 국정 정보' 등의 제목으로 '좌파의 사법부 좌경화 추진 실태 및 고려사항', '안티 2MB 집행부 비리 폭로로 조직 고사 유도', ‘4대강 살리기 반대세력 연대 움직임에 선제 대응’, '좌파의 모바일 이용 여론장악 기도 차단'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청 ‘현안 참고 자료’에는 '촛불시위 직권조사 과정에서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국가인권위 인적 쇄신 필요', '온·오프라인상 좌파세력의 투쟁여건 무력화 등 대책', '좌파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 및 대응 방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당 승리 위한 대책 제시' 등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 문건이 청와대 실무자 등을 통해 과일상자, 복사용지 상자 등에 담긴 채 영포빌딩으로 보내졌고,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이를 받아 지하창고에 보관한 것으로 파악했다.

조선일보

15일 새벽 뇌물수수·횡령·조세포탈 등 혐의로 21시간 가량 검찰 피의자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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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 측은 전날(19일)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서실’ 명의로 낸 입장 자료를 통해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영포빌딩에서 나온 청와대 문건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달라”며 이미 행정소송을 낸 상황이다.

[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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