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딸이 車 필요한데" 대림산업 현장소장 한 마디에 하청업체는 BMW 바쳤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우리 딸 승용차가 필요한데….”
건설소장에 이 한마디에 하도급업체 대표는 BMW 차량을 바쳐야 했다. 이들의 갑(甲)질에 갈취 당한 비용만 최소 6억1000여만원. 자금난에 빠진 하도급업체는 끝내 폐업했다.

국내 굴지 건설사인 대림산업 임직원들이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혐의로 붙잡혔다.

20일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하도급업체로부터 6억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 받은 혐의로 대림산업 전 대표이사 김모(60)씨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입건했다”면서 “이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현장소장 백모(54)씨, 현장소장 권모(60)씨는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BMW 3시리즈 /BMW코리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11명은 대기업 임직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 대표 B씨로부터 금품을 뜯어냈다. 이들은 “하도급업체 평가를 잘해주겠다”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시켜 주겠다”는 말로 B씨의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대림산업 현장소장으로 근무했던 백씨, 권씨는 작게는 수천 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자 고속도로 공사 현장소장으로 재직하던 백씨는 “딸에게 승용차가 필요하다”며 4600만원 상당의 BMW ‘3시리즈’ 모델을 받아 챙겼다. 갖가지 명목으로 그가 뜯어낸 금액만 약 2억원. 대림산업 전 대표 김씨는 아들 축의금으로만 2000만원을 수금했다. 보금자리주택지구 현장소장으로 일했던 권씨도 비슷한 수법으로 B씨로부터 모두 1억4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의 ‘갑질’ 관행이 여전히 만연해 있어 이런 잘못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B씨가 이끌던 하도급업체는 30여년간 대림산업이 시공한 공사만 수주하던 완전한 을(乙)의 위치였다. 직원 80명 규모의 이 업체는 대림산업으로부터 수백억 원대 추가공사비를 받지 못하는 등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폐업했다.

B씨도 공사비 증액 등 명목으로 청탁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그는 “‘갑’의 위치에 있는 대기업 간부가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줍니까”라면서 “을의 위치에 있는 우리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이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림산업은 "이번 일에 연관된 임직원 11명 가운데 5명은 이미 회사를 그만둔 상태”라면서 “범죄를 저지른 직원들은 수사결과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