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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필동정담] 편백나무 꽃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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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꽃 피는 봄철이 다가왔다. 울긋불긋한 그 모양과 향기가 반갑지만 불청객도 있다. 꽃가루다. 중국발 황사·미세먼지와 더불어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최기룡 울산대 식물생태학 교수가 이런 시기에 편백나무를 공격했다. "일본에서 꽃가루 주범으로 취급받는 이 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식목일마다 수만 그루씩 심고 있다"는 내용이다. 편백은 바람으로 꽃가루를 옮기는 풍매화다. 꽃가루가 대개 10~100㎞까지 퍼져 나간다고 한다. 최 교수는 "편백 꽃가루는 천식, 눈 가려움, 콧물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봄철마다 편백과 삼나무 꽃가루 배출량을 방송으로 알려줄 정도"라고 말했다. 일본은 이 나무들을 베어내고 있는데 우리는 무분별하게 심고 있으니 문제라고 했다.

그러자 산림청은 "편백이 억울해할 일"이라며 항변에 나섰다. 4~5월 일본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는 사람은 전체 인구 중 20%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데 90%는 삼나무 꽃가루 때문이고 일본 임야청이 매년 베어내고 있는 수종도 삼나무이지 편백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삼나무는 한국에서도 요즘 심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편백 조림 면적은 14만㏊에 불과해 일본 260만㏊와 비교하면 걱정이 지나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범은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 너도밤나무, 뽕나무 순으로 지목됐다. 2015년 발표된 홍천수 연세대 의대 교수 논문에 실린 내용이다. 그 당시 편백도 조사 대상이었지만 알레르기 주범으로 지목되지 않았다. 또 설혹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이라고 해서 참나무, 소나무를 마구 베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림청은 오히려 편백을 적극 옹호한다. 항바이러스, 살충 등 삼림 치유 효과를 가진 피톤치드를 많이 배출하고 목재의 경제적 가치가 높으며 소나무 재선충병 피해 지역을 복구하는 데 유리한 수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림청은 1988년 식목 권장 수종을 21종에서 78종으로 다양화한 뒤 30년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편백나무 꽃가루가 유죄든 무죄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변화된 의료 지식 등을 활용해 식목 권장 수종을 한번쯤 재점검해볼 때는 된 듯하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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