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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fn스트리트] 접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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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으려 자금성을 통째로 비웠고, 황제 궁전 건복궁에 연회를 마련했다. 중국 정상이 외국 지도자에게 직접 만찬을 대접한 것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말 그대로 파격이다. 세계 언론은 일제히 '시 주석, 트럼프 황제 접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접대는 원래 손님을 잘 대접한다는 좋은 뜻을 가진 말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부정.부패의 고리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가 붙었다. '접대 공화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의 접대 문화는 유명하다. 손님을 반기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접대에도 관대하다. 아예 제도적으로 인정해준다. 세법에서 기업이 쓴 접대비 가운데 일정 한도를 비용으로 처리한다.

외국은 한국보다 까다롭다. 영국은 접대비를 쓴 임직원에게 소득세를 매긴다. 일본은 중소기업만 비용 처리한다. 독일도 비용 처리하려면 지출 증빙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외국기업들이 접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서구에서 가장 흔한 접대는 스포츠 관람이다. 미국은 미식축구나 야구, 농구 경기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이들 나라에도 비싼 접대가 있다. 영국 기업들이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나 윔블던테니스 결승 경기를 접대하려면 꽤 많은 돈이 들어간다.

한국의 접대 문화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기업 한 곳당 접대비로 쓴 돈이 2012년 1817만원에서 2015년 1685만원으로 3년 연속 줄었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 뒤 10대 그룹 상장사의 접대비(2017년 1~9월)는 평균 18%나 줄었다. 문화·스포츠 행사를 통한 접대도 늘어나는 추세다.

접대비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중기 3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넘는 기업이 바꿔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접대비를 대체할 명칭으로는 대외업무활동비(50.7%), 대외협력비(23%), 교류활동비(22.4%)가 꼽혔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접대비 용어를 바꾸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박 의원은 접대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마저 위축된다고 이유를 들었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게 좋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기자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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