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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김의향의 스타일+] 남자의 수트핏 압도하는 ‘미스티’ 고혜란식 댄디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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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고혜란 신드롬으로 본 여자의 수트
80년대 여피족에서 시작된 파워 수트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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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티’에서 고혜란 앵커 역을 맡은 김남주의 수트 룩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jtbc ‘미스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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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수트를 차려입고 싶은 여자들의 ‘수트 본능’이 자극받고 있다. tvN 드라마 ‘미스티’ 속의 스타 앵커 고혜란이 매회 보여주는 근사한 수트 룩 때문이다. 고혜란을 연기하는 김남주는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패션으로 화제를 일으켜 왔다. 그중에서도 이번 ‘미스티’에서 보여준 수트 룩은 단연 역대급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남주식으로 재해석된 ‘앵커 룩’이 사랑받고 있다. 블랙 미니 드레스를 소화했던 파티 룩, 재클린 케네디 이상으로 시크하게 연출한 카디건 룩, 엘리건스의 극치를 보여주는 블라우스 룩 등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뉴스9’ 진행을 위한 수트 룩에 감탄사가 쏟아지고 있다.

앵커 고혜란의 수트 룩은 첫 회부터 강렬했다. 날카로운 테일러링의 네이비 핀 스트라이프 수트와 그에 대비되는 선명한 레드 셔츠 블라우스를 입고 뉴스 데스크에 앉아 있는 모습은 카리스마가 넘쳤다. 성공과 자신감을 상징하는 남자의 네이비 핀 스트라이프 수트와 붉은 넥타이를 단번에 압도했다. 그 순간 여자들은 남자의 수트 핏이 아닌 여자의 수트 핏에 ‘심쿵’하는 신선한 설렘을 경험했다. 그때부터 ‘여성 수트 신드롬’이 시작됐다.

◇ 우먼 크러쉬를 일으키는 고혜란식 댄디룩

앵커 고혜란의 수트 룩은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의 패션이 아니다. 여자들에게 ‘우먼 크러쉬(여자가 닮고 싶은 여자)’를 일으키는 여자들의 패션 로망이다. 특히 고혜란은 팬츠 수트를 많이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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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티’의 앵커 고혜란의 당당함은 수트를 입었을 때 빛을 발한다./jtbc ‘미스티’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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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버튼 재킷의 슬림 팬츠 수트를 입고 당당하게 뉴스룸을 걸어 나오는 고혜란의 수트 룩은 80% 이상 수트 핏이 완성하고 있다. 뾰족한 스틸레토 힐을 살짝 덮는 팬츠 길이와 힙 라인에서 떨어지는 중간 길이의 미디 재킷이 황금비율을 연출하며, 고혜란의 몸을 더욱 길고 슬림하게 표현해준다. 그 나머지는 컬러다. 실제 뉴스 앵커들이 보여주기 어려운 진한 와인 빛 레드와 민트 블루의 팬츠 수트를 선택해, 기존 앵커 룩과 다른 세련된 엣지를 더했다.

이 팬츠 수트들은 ‘토이킷(Toykeat)’ 제품인데, ‘토이킷’의 팬츠 수트는 이미 수많은 여배우가 드라마 속에서 입었다. 또한, 김연아의 평창 동계 올림픽 수트 룩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고혜란의 수트 룩으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셈이다. 실제 여성 앵커로는 JTBC 뉴스룸의 이지은 앵커가 ‘토이킷’의 연한 핑크빛 팬츠 수트를 입고 뉴스를 진행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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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스티’에서 김남주는 우아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고혜란식 댄디 룩’을 선보인다./jtbc ‘미스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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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를 통해 김남주는 고혜란식 ‘댄디룩’을 재창조했다. ‘댄디룩(dandy look)’은 일차원적으로 멋쟁이 신사 룩과 여자들의 세련된 매니시 룩(manish look·남성복 스타일의 룩)을 의미하지만, 그 이상의 품위와 매너, 옷을 입은 애티튜드(태도)까지 포함된다. 고혜란의 팬츠 수트 룩이 유독 여성들의 마음을 흔든 건, 패션뿐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남주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앵커 고혜란을 연기하기 위해 수트를 입어낸 방식, 걸음걸이와 몸짓을 모두 포함한 패션 매너가 어우러져 ‘고혜란식 댄디룩’이 완성된 것이다.

◇ 80년대 여피들의 페미니즘이 탄생시킨 파워 수트의 진화

여자의 수트가 파워를 지니게 된 건, 80년대부터라 할 수 있다. 80년대는 고소득 전문직과 여성 보스가 탄생한 ‘여피(YUPPIE·young urban professional)’의 시대다.

‘여피족’에 속한 여성들은 엘리트 패션을 이끌어 갔는데, 각진 어깨 패드와 커다란 사이즈의 재킷 수트, 곧 ‘파워 수트’를 유행시켰다. 특히 자존감이 높아진 80년대 여피 여성들은 중성적인 ‘앤드로지너스 룩(매니시 룩)’을 즐겨 입어, ‘팬츠 수트’로 파워를 과시했다. 이 시대 여성들의 파워 수트 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가 ‘워킹걸’이다. 80년대 사춘기 시절을 보낸 나의 인생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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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워킹걸’의 멜라니 그리피스(왼쪽)와 영화 포스터/영화 ‘워킹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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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부엔 엘리트 집안 출신인 여성 보스 시고니 위버의 여피 룩과 야간 대학을 다니며 성공을 꿈꾸는 비서 멜라니 그리피스의 스트리트 룩의 대비를 보는 재미가 크다. 그 후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멜라니 그리피스의 변화되는 파워 수트 룩과 메이크업, 헤어 스타일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동시에 당시 여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그 당시 80년대 여피족 여성들은 에어로빅과 스쿼시 등으로 ‘몸짱 열풍’에 빠져 있었다. 파워 수트 아래 에어로빅 토시(레그워머)를 끼고 스니커즈를 신은 채, 빌딩 사이를 걸어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사무실로 돌아와 날카로운 스파이크 힐로 갈아 신는 문화도 이때 탄생했다.

그렇게 여자의 수트 룩은 사랑과 결혼보다 일과 성공을 꿈꿨던 80년대 여성들에 의해 대중화되어 갔다. 60~70년대에도 ‘스모킹 룩’이라 불리는 턱시도 룩과 남성적인 테일러드 수트 룩이 유행했지만, 남자의 수트를 압도하는 여자의 수트가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된 건 80년대라 할 수 있다.

그건 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 수트 룩이 유독 주목을 받는 것과 같다. 멋진 수트 룩 이상의 파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남주가 연출한 고혜란의 수트 룩은 뉴스의 꽃이라 강요받은 여성 앵커의 이미지를 시원하게 뒤엎는다. 더 나아가, 모든 워킹 우먼들이 오피스 플라워가 아님을 증명해준다. ‘꽃’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감’을 상징하는 수트. ‘미스티’의 고혜란을 통해 여자들은 ‘여자 수트’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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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쓴 김의향은 패션지 ‘보그 코리아’에서 뷰티&리빙, 패션 에디터를 걸쳐 패션 디렉터로 활동했다. 하이패션만을 고수하기보다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장르와 상호 융합적이고 동시에 실용적인 스타일 아젠다를 만들어냈다. 현재는 컨셉&컨텐츠 크리에이팅 컴퍼니 ‘케이노트(K_note)’를 통해 크리에이터이자 스토리텔러로 일하고 있다.

[김의향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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