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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 개헌을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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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6일 개헌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22일부터 7일간 해외에 나가지만 전자 서명으로 결재하겠다고 한다. 20일에는 전문(前文)과 기본권, 21일에는 지방 분권 및 국민주권 관련 사항, 22일에는 정부 형태와 헌법기관 관련 내용 등 개헌안 내용을 3일간 나눠서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헌법의 모든 내용을 6월 13일 지방선거 때까지 논의해서 바꾼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야당들이 모두 반대하기 때문에 국회 통과도 못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밀어붙이는 1차적 목적은 야당 반대로 무산됐다는 기록을 남기려는 것이다. 개헌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모두 야당에 떠넘기고 지방선거와 정국 운영에 이를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또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민 기본권 확대, 5·18 정신 계승, 수도 이전, 지방자치 확대 등 국민이나 지역에서 요구하던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역시 개헌안 공개만으로도 표(票)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개헌안을 3일에 나눠 공개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국민 단합과 국가 재도약의 계기가 돼야 할 개헌이 선거운동의 수단이 되고 편 가르기의 결과밖에 낳을 것이 없다.

청와대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은 자유한국당의 무책임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때 개헌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해놓고 작은 이익 계산으로 이를 뒤집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 긴 시간을 다 허송세월하고 이제야 개헌안 논의를 한다고 한다. 여야 원내대표들은 이날도 개헌 논의에 아무 진전도 못 보고 국회의장 앞에서 소리만 지르다 헤어졌다. 국가 중대사엔 관심도 없고 만나기만 하면 상대방 깎아내리는 정쟁만 한다. 국회가 이 지경이다 보니 대통령으로선 독자 개헌안을 밀어붙일 명분이 생기고, 개헌이 무산돼도 그 책임을 야당에 덮어씌울 수 있다는 계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야는 오늘부터라도 각 당 책임자들이 밤을 새워 머리를 맞대고 기본적인 개헌의 방향과 스케줄을 제시해야 한다. 어렵지 않다.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 있는 제왕적 대통령 권한 분산과 지방자치 확대 두 가지만 고치면 된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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