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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국가 묵인한 고통… 명예회복 도와야” 경기도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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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4년 전 폐기됐던 조례안 입법예고 / “정부 책임 있다” 고법 판결 영향 / 임대주택 우선공급·법률상담 등 / 생계 지원·복지 향상 방안 담아 / “일제 강점기 위안부와 상황 달라 / 사회적 공감대 의문” 반대론도

경기도의회가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다시 나섰다.

최근 서울고법이 기지촌 여성들에 대해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한 데다 2014년 전국 처음으로 경기도의회에서 해당 조례안을 발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도의회는 19일 박옥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낸 ‘경기도 미군 위안부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미군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에 종사한 여성(미군 위안부)의 명예회복과 복지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또 미군 위안부의 실태조사와 지원을 위해 ‘경기도 미군 위안부 지원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이들에게는 임대보증금 지불·임대주택 우선 공급, 생활안정지원금·의료비·장례비 지원, 명예훼손·손해배상 등 법률상담과 소송대리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의원은 “서울고법의 판결을 계기로 조례 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며 “주한 미군 기지촌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에 있었고, 현재 도내에 거주하는 기지촌 여성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조례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8일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여성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부는 43명에게 각각 300만원씩, 74명에게 각각 7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기지촌 내 성매매 방치·묵인을 넘어 적극적으로 조장·정당화했다”며 “청구인들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나아가 성으로 표상되는 이들의 인격 자체를 국가적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4년 2월 ‘기지촌 여성 지원 조례안’이 경기도의회에서 발의됐으나 경기도의회 안팎에서 논란이 일면서 같은 해 6월 8대 도의원 임기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당시 해당 조례안을 발의했던 고인정 전 의원은 “정부가 6·25전쟁 후 기지촌을 ‘조성’한 측면이 있어 기지촌 여성도 피해자”라며 “기지촌 여성은 대부분 사회와 동떨어진 채 수십년간 미군기지 주변에서 껌·캔디 등을 팔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평택 미군기지 재배치로 생계가 더욱 어렵게 됐다”며 조례 제정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도의회 내에서 “기지촌 여성이 일반적인 성매매여성과는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결국 성매매여성에 대한 지원 조례로 비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견이 나왔고, 집행부인 경기도도 “기지촌 여성은 일제강점기 군위안부 피해자와 상황이 다르다. 상당한 예산이 수반되는 지원사업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지 의문”이라고 반대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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