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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동의 없어도…암호화된 금융 개인정보 거래 허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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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용정보원 등의 DB 민간에 주고

금융사 축적 개인정보 끌어와

기업들 ‘정보관리사업’ 가능하게

금융위 “활용도 높은 금융 중점 추진”

‘정보인권 침해’ 우려 높아 앞길 험난



금융위원회는 빅데이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고 19일 밝혔다. 현재는 사전 동의를 받지 않으면 활용하기 어려운 개인정보를 익명·가명 처리 등 비식별 작업을 거쳐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뼈대다.

이날 금융위가 내놓은 ‘금융분야 데이터 활용 및 정보보호 종합방안’은 금융분야 빅데이터 산업 육성의 청사진에 가깝다.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방향과 목적을 제시하는 데 그친 탓이다. 금융위는 빅데이터 활용의 궁극적 목적이 ‘포용적 금융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방안이 결과적으로 금융회사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한 선제적 반론이다. 금융소비자의 다양한 신용정보를 활용하게 되면 대출 금리도 낮아질 수 있고, 구미에 딱 들어맞는 금융상품 개발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사전 브리핑에서 “금융분야를 빅데이터 테스트베드(시험장)로서 우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분야가 다른 산업에 견줘 데이터가 많고 정확도가 높은 편이어서 산업적 활용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전체 데이터의 절반가량이 금융권에 축적돼 있다.

우선 금융위는 개인정보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기반부터 마련하기로 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등은 개인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으며 정보 보유 기간을 최대 5년까지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보의 주체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게 한 조처(비식별 처리)를 한 데이터는 개인 동의 없이도 마음껏 분석·가공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했다. 또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가 대량 집적된 신용정보원이나 보험개발원은 원자료에서 추출한 표본 데이터베이스(DB)를 중소형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 연구기관에 제공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고객 동의를 전제로 금융회사에 축적된 개인정보를 끌어와 예금·대출·카드거래 통합 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타트업·핀테크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팔아 돈을 버는 ‘본인 신용정보관리업’도 도입하기로 했다. 최준우 금융위 중소서민금융정책관은 “오랜 업력으로 다양한 정보가 집적된 대형 금융회사에 작은 기업들이 (정보를 가져갈 수 있는) 빨대를 꽂을 수 있게 할 방침”이라며 “대형 금융회사 중심으로 쌓인 정보가 스타트업이나 핀테크업체에 흘러가게 되면 좀 더 공정한 시장 경제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마련한 이런 청사진이 실현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적잖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금융위와 나눠 맡고 있는 행정안전부나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가 순조로워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정보 인권 침해’ 가능성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특히 2014년 주요 카드사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 탓에 금융권에 대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에 대해 높지 않은 신뢰도도 장벽이다. 최 정책관은 “1년 남짓 다른 부처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도 논의를 하고 있다”며 “4차 혁명을 위해 빅데이터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부터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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