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원금 손실 없는 프로그램?” 고수익 내걸고 투자자 1000여명 속인 일당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은행에 넣어두면 뭐 하겠어요. 월마다 수익 난다기에 믿었죠”

지난해 8월 중순 A(48)씨는 서울 강남의 한 투자설명회를 찾았다. 기존 사업을 접어 목돈이 생긴 찰나 지인이 좋은 투자처가 있다며 소개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이자가 적은 은행 대신 새 사업에 쓰일 돈을 잠시 예치할 생각이었다. B 투자회사 대표 이모(41)씨는 설명회에서 “원금 손해 없는 자체 투자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며 “2달만 돈을 투자하면 월 8~10%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금을 보장하는 모 투자금융의 지급보증서를 받으면 월 8%, 안 받으면 월 1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은행 금리보다 다소 높은 수익에 A씨는 다음날 2억 원을 입금했다. 매주 받기로 한 수익금도 3주간 꾸준히 통장에 입금됐다. 문제는 4주째부터 생겼다.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직원에게 전화해도 “기다려 달라”는 말이 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경찰을 찾은 A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고 같은 피해자가 수백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A씨는 “지금까지 돈이 회수가 안 되니 아무 일도 못 하고 있다”며 “신경쇠약으로 병상에 눕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1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따르면 B 투자회사 대표 이씨 일당은 이 같은 수법으로 992명으로부터 317억여 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들은 투자금 일부를 주식과 선물 거래에 투자해 ‘돌려막기’를 하다 결국 피해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투자설명회에서 말한 원금 손해 없는 프로그램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고 한 투자금융의 지급보증서도 가짜였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B 투자회사에 3억 원을 투자했다는 고모(41)씨는 “지난 2014년부터 B 투자회사는 원금 손실 없는 월 1%(연 12%) 수익을 내걸었다”며 “월 1%정도는 크지 않다고 생각했고 수익금도 꾸준히 나와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들 가운데 많게는 6억원까지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19일 B 투자회사 대표 이씨 등 4명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회사 총괄이사 강모(43)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고 도주한 공범 1명을 쫓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김경영 팀장은 “현재 시중은행, 저축은행 금리가 아무리 높아야 3% 후반일 텐데 그보다 높으면 유사수신인지 의심부터 해야 한다”며 “금감원 홈페이지를 통해 제도권 안에 있는 금융회사인지 아닌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