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집 발매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의 영역을 확장해 앙상블 리더, 대중적인 스타 연주자로 다양한 실험을 하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사진 크레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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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리스트로서는 드물게 9집 앨범을 발매했다. [사진 유니버설 뮤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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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면 용재 오닐이 유명하다는 건 역설적이다. 비올라는 주인공 악기가 아니다. 바이올린보다 낮고 첼로보다 높은 음역대를 담당하는 ‘애매한 악기’다. 독주자로 연주할 곡도 적다. 비올리스트는 본래 주인공이 아니다. 전세계 연주자들이 공유하는 농담인 ‘비올라 조크’는 음정을 정확하게 내지 못하는 비올리스트를 둔하고 실력도 없고 다른 악기의 도움을 받아야 무대에 서는 존재로 묘사한다.
일반적 비올리스트의 이미지와 용재 오닐의 대중성은 잘 연결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는 젊은 연주자가 모인 앙상블 ‘디토’의 창단부터 10년 넘게 함께 한 리더다. 이달에는 9번째 음반을 내놨다. 2005년 첫 음반 이후 ‘겨울 여행’(2007) ‘슬픈 노래’(2010) ‘브리티시 비올라’(2016) 등을 거쳐 이번 앨범은 현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한 ‘듀오’다. 비올리스트가 앨범 9장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렇다고 언제나 앞으로 나서 일을 주도할만큼 활발하고 사교성 넘치는 성격인 것도 아니다.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용재 오닐은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고 커다란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비올리스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걸까.
1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악기 연주자들과 함께 한 리처드 용재 오닐. [사진 크레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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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재 오닐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 나의 친구인 엘리자베스 매코맥(줄리아드 음악원 이사)에게 앙상블 ‘디토’를 이끄는 게 너무 힘들고 리더의 능력이 없는 것 같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했다. “매코맥은 내 말을 중단시키고 틀린 얘기라고 했다. 모든 사람은 다양한 많은 성격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 하나에 집중해 유형을 나누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낯을 가리는 편이고 주인공이 되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 용재 오닐도 앙상블을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가지게 된 배경이다.
그는 비올라의 미래가 밝다고 내다본다. “로렌스 파워, 앙트완 타메스티 같은 독주 비올라 연주자가 늘어나고 새로운 비올라 작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며 “더이상 놀림이나 조롱을 당할 악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비올라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 비올리스트들은 비올라를 연주함으로써 세계를 지배하려는 게 아니고 나는 칭송 받기 위해 연주하지 않는다.” 주목받는 스타 연주자가 아닌 음악가로서 소명을 가지면서 할 일이 더 많이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사람이고 언젠가는 죽어 없어지지만 음악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원히 남을 음악을 통해 감정을 공유하고 싶고 이런 소명이 나의 존재 의미다.”
리처드 용재 오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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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아와 용재 오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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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국과 용재 오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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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과 용재 오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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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비올리스트의 앨범은 편곡 작업을 거친다. 다른 악기를 위해 쓰여진 곡을 비올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재 오닐은 이번 앨범을 위해 작곡가가 원래 비올라를 포함시켜 쓴 작품만을 골라 비올라의 자존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남의 소리를 잘 들어주는 비올리스트로서 특징은 버리지 않았다. 그와 10년 넘게 함께 연주하고 이번 앨범에도 참여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는 “용재 오닐은 자기 의견을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상대방의 의견을 먼저 듣는다”고 했다.
신지아는 “바이올린은 비올라와 듀오로 만나면 날카로운 소리만 부각될 우려도 있는데 용재 오닐의 배려 많은 성품 덕분에 따뜻한 음색이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첼리스트 문태국은 “첼로와 비올라는 자칫 음역이 부딪힐 수도 있는데 우리는 서로 어떻게 하면 더 상대를 돋보이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했고 비올리스트 이수민은 “대화하는 느낌으로 행복하게 했다”고 말했다. 네 연주자는 음반에 수록된 곡들로 31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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