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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대검 간부, MB 영장 청구에 한 명도 반대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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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속전속결 신병처리 가닥

문무일 검찰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재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기는 이번 주 초가 유력하다.

익명을 원한 대검 관계자는 18일 “최근 검찰총장 주재로 내부 회의를 했는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낸 구속영장 청구 의견에 반대한 간부가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문 총장은 별도 의견 표명 없이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대검에 따르면 문 총장은 이 전 대통령 소환(3월 14일) 직후부터 사건의 쟁점 및 이 전 대통령 측 주장 등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과 관련해 수사팀과 대검 참모, 검찰 출신 법조인 등의 의견도 두루 청취했다.

대검 내부 회의에선 ▶이 전 대통령 혐의가 18개 안팎으로 다수에다(혐의의 중대성) ▶제기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증거인멸 가능성) ▶이미 구속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법적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또 문 총장이 그간 취임사와 대검 간부회의 등에서 “부정부패 엄단” “법질서 수호” 등을 강조한 점도 고려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다른 대검 인사는 “최근 문 총장의 행보를 보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게 보인다”며 “수사팀과 대검 회의 내용을 존중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총장의 공식 결정 시기는 19~21일이 유력하다. 수사기록이 방대하고 뇌물죄 법리 등에 까다로운 부분이 많아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문 총장은 ‘속전속결’ 처리로 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오래 끌수록 정치적 논란 등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고,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 논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무일 총장, 19~21일 공식결정할 듯

곧 6·13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가는 정치 일정표도 고려 대상이다. 지검장급 검찰 간부는 “이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발표 자체가 검찰의 의도와 무관하게 유권자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검찰도 사법처리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은 지난해 3월 21일 소환 조사 후 6일 뒤인 3월 27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는 3월 30일 열렸고, 법원은 다음 날인 3월 31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주말에도 출근해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증거보강 작업을 진행했다. 이 전 대통령이 받는 뇌물 혐의 등 법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혐의를 부인하는 이 전 대통령 진술에 대한 반박 논리 등도 꼼꼼히 따지며 사실상 재판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지방선거 감안해 최대한 앞당겨

이 전 대통령 측도 영장실질심사를 비롯한 기소 후 상황을 준비 중이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영장실질심사를 포함한 재판 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다 소명하겠다는 내부 전략을 세운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인사는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위험성을 무릅쓰면서까지 검찰이 제시한 진술과 증거에 ‘허위 진술’이나 ‘조작된 증거’라고 주장한 것은 그만큼 법정에서 검찰 주장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다스 법인카드 사용, 불법자금 수수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윤옥(71) 여사 역시 검찰 수사에서 자유롭지 않게 됐다.

검찰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07년까지 약 10년간 다스의 법인카드로 4억원가량을 서울 강남 등지의 백화점·면세점 등에서 썼다.

또 수사팀은 최근 맏사위 이상주(48) 삼성전자 전무로부터 “성동조선해양 등에서 받은 돈 가운데 5억원가량을 장모인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마치 9년 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검찰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71) 여사를 조사했듯이 김 여사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김윤옥 여사, 다스 법인카드 4억 써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1년 국가정보원 특활비 10만 달러(1억원가량)를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김 여사에게 건넸다는 의혹 역시 여전하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 조사에서 특활비 10만 달러를 김 여사가 아닌 자신이 “‘대북공작금’ 본연의 목적으로 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상주 전무 역시 “나는 검찰에서 (성동조선해양 자금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진실이 무엇인지 가리기 위해서라도 김 여사의 진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대검 역시 고민이 깊다. 한 대검 관계자는 “불거진 의혹만 놓고 보면 김 여사로부터 진술을 듣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면서도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영부인까지 소환해 최종적으로 사법처리할 경우 세간에 정치 보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검찰, 김 여사 비공개 소환 검토

2009년 4월 옛 대검 중앙수사부는 ‘640만 달러’ 수수 혐의로 노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기에 앞서 같은 달 11일 권양숙 여사를 비공개 조사했다.

중수부 검사 2명이 서울이 아닌 부산지검으로 내려가 권 여사로부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약 11시간 진술을 들었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참고인 신분이라는 점과 전직 영부인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권 여사는 당시 부산지검 조사실에서 “채무 변제 목적으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100만 달러와 3억원을 빌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여사 때와 마찬가지로 검찰이 김윤옥 여사를 조사하기로 결정할 경우 비공개 소환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다만 김 여사는 이 전 대통령과 함께 서울 논현동 자택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서초동 검찰청사로 비공개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제3의 장소에서 방문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앞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40)씨를 소환 조사하면서 비공개 방식을 택했다.

현일훈·김영민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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