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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애증의 와이브로, 5G로 부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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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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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Wibro)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통신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회심의 승부수였다. 우리나라가 와이브로 종주국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와이브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직면했다.

글로벌 주도권을 향한 도전 정신은 이어가되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시점이다.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와 전문가는 이용자 보호를 전제로 와이브로 서비스 철수 절차와 더불어 와이브로 주파수의 5세대(5G) 이동통신용 전환 등 대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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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산 APEC IT전시회에 앞서 KT는 세계 최초로 이동중에도 완벽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한 와이브로를 선보였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오른쪽)이 남중수 KT 사장(왼쪽)과 홍원표 KT 와이브로사업본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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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상용화

2003년 1월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와이브로 개발에 착수했다.

2003년은 초고속인터넷과 휴대폰이 동시에 급속도로 보급되던 시기였다. 옛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 제조사는 이동하면서 인터넷에 자유롭게 연결하는 토종 기술을 개발한다면 이통 원천기술 로열티를 주는 나라에서 받는 나라로 역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시작됐다.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은 2004년 우리나라의 20년 미래를 책임질 'IT 839(8대신규서비스·3대인프라·9대신성장동력)' 전략을 수립하며 핵심 신규서비스로 와이브로를 내세우며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2004년 12월 삼성전자와 ETRI가 세계 최초 와이브로 기술개발에 성공한데 이어 옛 정통부는 본격 상용화 준비에 착수했다.

정통부는 2005년 2.3㎓ 대역 100㎒폭을 와이브로 용도로 지정하고 57㎒폭(KT 30㎒폭·SK텔레콤 27㎒폭)을 '휴대인터넷' 용도로 할당했다.

KT와 SK텔레콤은 1년간 준비 끝에 2006년 6월 서울에서 세계 최초 와이브로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와이브로를 상용화하자 글로벌 통신사 이목이 우리나라에 집중됐다. 와이브로 다운로드 속도는 40Mbps(웨이브2 방식 기준)로 3G WCDMA의 14.4Mbps에 비해 3배가량 빨랐다. 롱텀에벌루션(LTE)에 비해 5년 앞서 초고속 무선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내리막길

초기 시장 전망은 밝았다.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기술 개발 대열에 합류한데 이어 2005년 와이브로 기술기준인 IEEE 802.16e가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았다. 2006년 8월 미국 스프린트의 와이브로 상용화를 시작으로 일본 KDDI와 러시아 요타 등도 상용화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은 무선인터넷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할 킬러 콘텐츠가 없던 시절이다.

옛 정통부가 와이브로 용도를 휴대인터넷으로 지정하며 음성을 탑재하지 않은 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인터넷 서비스만으로는 저변 확대에 한계가 분명했다.

2011년 상용화된 롱텀에벌루션(LTE)이 75Mbps 급 속도와 폭넓은 단말기 생태계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서 와이브로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와이브로 가입자수는 2006년 1000명으로 시작해 2011년 79만명, 2012년 12월 10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2018년 1월 33만명으로 줄었다.

이통사는 12년간 2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매출은 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3월 와이브로 주파수 할당기간이 종료되면 40㎒ 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전환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 대역만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5G로 부활 노려야

전파 전문가는 와이브로 주파수 명맥을 유지할 게 아니라 5G 전면 전환으로 확실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2.3㎓ 대역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5G 주파수로 각광받고 있다.

기존 와이브로가 활용하던 2.3㎓ 대역은 총 100㎒ 폭으로 넓은 지역에서 1Gbps 이상 속도를 내기 위한 6㎓ 이하 5G 주파수 용도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5G는 핫스팟 지역에서 초고속 이동통신을 제공하는 6㎓ 이상 초고주파(밀리미터웨이브) 대역과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 위한 6㎓ 이하 대역으로 구성이 일반적이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5G 주파수 현황을 고려할 때, 와이브로가 종료되면 100㎒ 폭은 5G로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글로벌 시장과 기술진화 추세에 부합하는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이동통신공급자협회(GSA)도 2.3㎓을 유력한 5G 주파수 후보대역으로 선정했다.

와이브로는 업로드와 다운로드 대역을 구분하지 않는 시분할(TDD) 방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5G와 유사하다. 복잡한 재배치 과정없이 손쉽게 5G 주파수로 전환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기존 와이브로 중계기 등을 개발하던 중소기업이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데도 유리하다.

와이브로는 5G 시대를 준비하는 제4 이동통신사에도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제4 이통을 위한 5G 주파수를 남겨달라는 사업자 요구를 과기정통부가 받아들인다면, 2.3㎓ 대역 100㎒ 폭을 신규사업자를 위해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2.3㎓ 대역은 3.5㎓와 28㎓ 대역 경매를 준비하는 이동통신사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더라도 시급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4 이통용 주파수로 준비한다면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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