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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화통토크]①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장, "대기업IT 노하우는 인정하면서…가혹한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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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품 원가 공개, 형평성·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

일부 일탈,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에 덧씌워

정부와 머리 맞대 '상생의 지혜' 찾아나갈 것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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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산업의 성장 과정에 일종의 ‘성장통’이 있기 마련인데 예외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에 가혹하리만큼 아픈 잣대를 댄 것입니다.”

제42회 프랜차이즈 박람회 기간인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현장 사무실에서 만난 박기영(55)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필수물품 가격 공개를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 “자유로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앞서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지난달 2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상정한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의 개정안은 △필수물품 공급가격 상·하한 △가맹점 사업자별 평균 가맹금 지급 규모 △매출액 대비 필수물품 구매 비율 등을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개위는 업계의 목소리를 감안, 공급가격 상·하한 대신 품목별 평균인 중위가격을 공개하기로 바꿔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업계는 그러나 필수물품의 중위 가격 공개 역시 마진을 노출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공급가는 업체의 개발 역량과 영업 노하우 등이 집적된 결과물이기에 애초에 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일부 일탈,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에 덧씌워

박 회장은 지난 40년간 쌓인 일종의 ‘적폐’와 상생 등 새로운 혁신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인정하지만,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정부 당국의 인식은 경계했다.

그는 “일부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과 개인적 일탈을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에 퍼져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공정위가 대기업에 스스로 변화할 시간을 주겠다고 한 것처럼 프랜차이즈 산업도 균형된 시각으로 이끌어주길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나타난 부작용과 폐단은 막아야지만, 필수물품 원가 공개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날뿐만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자유로운 시장경제 원칙에도 위배된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헌법 119조에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를 존중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치솟는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며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추진했으나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정부가 원가 공개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정책을 철회했는데 프랜차이즈 산업 역시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바 없다”며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의 동인이 된다면 양보하겠지만 가맹본사와 점주 간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고 프랜차이즈 산업만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촉발된 ‘갑질’ 등 이슈의 연장선상에서 가맹사업 본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이라며 “상생을 위한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고 더 큰 성장의 모멘텀을 이루고자 해 왔는데 새로운 이슈로 업계를 옥죈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하템 자키 세계프랜차이즈협회(WFC) 사무총장도 원가 공개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으며 자율적 경쟁에 위배된다”고 우려했다.

◇프랜차이즈 산업 인식 부재 안타까워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 프랜차이즈 산업의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간과하고 과도한 규제 등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프랜차이즈를 이용하지 않고는 하루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국민 경제에 밀접한 사업이다보니 정부가 건설적인 방법으로 규제하겠다는 차원으로 이해한다”면서도 “(원가 공개 등)산업의 근본까지 훼손하는 규제는 문제”라고 말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프랜차이즈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과 포퓰리즘에서 비롯된 것으로 봤다.

박 회장은 “지난해에 프랜차이즈 산업을 규제하는 30여개의 법안이 제출됐다”며 “대기업에 비해 프랜차이즈 산업 자체를 다루기 쉬운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산업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와 가맹사업 본부 보다 점주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덧붙였다.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을 폄하하는 시각이 깔려있다고도 봤다.

박 회장은 “정보통신(IT) 등 대기업의 노하우는 인정하고 외식업체의 레시피 등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공정·불공평한 잣대”라며 “프랜차이즈 산업 역시 본사의 지식을 기반으로 한 고유의 역량이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정률제 로열티’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가맹점 매출에 연동되는 정률제 로열티는 가맹점 수익이 늘어야 가맹본부도 이익을 낼 수 있어 상생의 핵심”이라며 “시장 충격은 최소화 하면서도 로열티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로 삼자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 만큼, 공정위 측과 중지를 모을 방침이다.

박 회장은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박람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업계의 의견을 추가로 듣고 시행령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히는 등 프랜차이즈 본부의 고충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했다”면서 업계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공정위 측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창업 희망자의 바른 선택을 위해 가급적 많은 정보를 제공하되 영업비밀은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찾아가겠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에 맞서 대응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원가 공개가 시장 경제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죠.”

박 회장은 “정부 당국과 함께 업계가 힘을 모아 ‘윈윈’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기영 협회장은….

△1963년 출생 △대구 계성고 △미국 위트워스대 영문학 △조지워싱턴대 MBA △1992년 한국짐보리 대표(현) △2017년 1월 제6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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