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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빅픽처] '反 트럼프→미투' 그리고 각축전…2018 아카데미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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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김지혜 기자] "디 오스카 고우스 투…"(오스카 수상자는…)

매년 3월, 지구 반대편 국가에서 들려오는 시상 멘트는 국내 영화 팬들의 가슴도 떨리게 만든다.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배우에게 최고의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오스카 트로피는 누구의 차지가 될 것인가.

올해도 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해 1분 만에 작품상 주인공이 바뀌는 '희대의 촌극'이 연출돼 89년 역사에 먹칠했지만, 아카데미는 아카데미다. 남의 나라 잔치지만 매년 전 세계 60개국, 약 12억 명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시청하며 최고 인기 시상식으로 군림해왔다.

3일 앞으로 다가온 제90회 시상식은 그 어느 해보다 볼거리가 넘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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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vs신예, 작품상 9편 각축…어느 해보다 쟁쟁하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최대 관심사는 작품상의 향방이다. 올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는 '셰이프 오브 워터:사랑의 모양', '쓰리 빌보드', '더 포스트', '팬텀 스레드', '레이디 버드' , '덩케르크', '겟아웃', '다키스트 아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까지 총 9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더 포스트'), 크리스토퍼 놀란('덩케르크'), 폴 토마스 앤더슨('팬텀 스레드') 등 아카데미가 사랑한 거장의 작품과 그레타 거윅('레이디 버드'), 조던 필레('겟 아웃')등 신예 감독의 작품이 두루 포진된 것이 인상적이다.

아카데미는 가장 미국적인 시상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수십 년간 백인 남성들이 시상식을 지배하며 소수 영화인을 배척해왔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특히 후보에 오른 배우 모두 백인이었던 2016년 시상식은 '화이트 오스카'의 오명을 썼다. 지난해에는 남녀 조연상(마허셜라 알리, 비올라 데이비스)을 흑인 배우에게 안기며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는 여성(그레타 거윅), 흑인(조던 필레), 외국인(기예르모 델 토로, 조 라이트) 등 각계 소수 감독의 연출작이 작품상 후보에 올라 공정함과 다양성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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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오워' 13개 부문 '최다' 후보…'쓰리 빌보드'는 대항마

"어차피 오스카 위너는 '셰이프 오브 워터'다?"

노미네이트 기록으로만 보면 억측은 아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총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 말은 영화를 구성하는 전 부문에서 수준급의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다 후보가 최고의 영예를 예약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3개 부문에서 14개 후보를 냈던 '라라랜드'는 6개의 트로피를 챙겼지만, 최고상인 작품상은 '문라이트'가 가져갔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 일라이자(샐리 호킨스)와 괴생명체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영화가 작품상과 감독상을 석권할 경우 2015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버드맨' 이후 또 한 번 '멕시코 잔치'가 된다. 촬영, 편집, 음악 등 기술 부문에서 여러 개의 트로피를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작품상까지 가져가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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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강력한 경쟁작은 '쓰리 빌보드'다. '쓰리 빌보드'는 무능한 경찰 대신 딸을 죽인 살인범을 찾아내려는 엄마(프란시스 맥도맨드)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이 작품은 지난 2월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화(드라마)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4개의 트로피를 받으며 '셰이프 오브 워터'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각본상 수상작이 작품상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공식은 지난해엔 깨졌으나 88회 '스포트라이트', 87회 '버드맨'이 2년 연속 작품상과 각본상을 석권했다.

'쓰리 빌보드'는 탄탄한 각본으로 평단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일급 각본가 출신의 마틴 맥도나 감독은 한 엄마의 고군분투기를 통해 공권력의 무능과 미국 남부의 인종 차별 문제를 블랙 코미디로 녹여냈다. 트럼프 시대를 투영한 듯한 날카로운 풍자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걸맞은 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셰이프 오브 워터' 역시 빼어난 각본을 자랑하지만, 최근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 오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차이과 차별을 극복한 사랑의 원형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며 깊이 있는 감동을 선사했다. 작품상은 몰라도 감독상은 유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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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올드만, 올해의 디카프리오?…무관 설움 푼다

매년 작품상만큼이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연기상 부문이다. 할리우드엔 수많은 연기파 배우가 있지만, 모두 다 오스카 트로피와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명배우 피터 오툴은 무려 8번이나 남우주연상에 도전했으나 눈을 감을 때까지 오스카를 품에 안지 못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인 알 파치노는 7번째 도전 끝에야 남우주연상(1993년 '여인의 향기')을 받았다. 2016년 시상식 최고의 화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4전 5기 남우주연상(2016년 '레버넌트') 수상이었다.

게리 올드만은 누구나 인정하는 연기파지만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다. '레옹', '다크 나이트' 시리즈 등을 통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해왔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에 한 차례만 노미네이트(2012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됐고, 수상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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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숙원을 풀 것으로 보인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터 처칠을 연기해 지난해 미국 내 다수의 비평가협회 및 골든글로브 시상식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최다(총 3회) 남우주연상 수상에 빛나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팬텀 스레드'로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탁월한 감정 연기는 물론 삭발에 바디슈트를 입는 등 메소드 연기를 선보인 게리 올드만의 수상이 확실시된다.

여우주연상 역시 압도적인 후보가 있다. '쓰리 빌보드'에서 공권력의 무능에 맞선 엄마 '밀드레드'로 분한 프란시스 맥도맨드다. 관록의 연기파 '더 포스트'의 메릴 스트립과 대사 한마디 없이 극을 장악한 '셰이프 오브 워터'의 샐리 호킨스, 인생 연기를 펼친 '아이, 토냐'의 마고 로비가 함께 후보에 올랐지만, 맥도맨드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이기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맥도맨드가 여우주연상을 받을 경우 1997년 '파고' 이후 21년 만의 두 번째 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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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反 트럼프에 미투 열풍까지…올해 장외 이슈는?

수상 결과 만큼이나 관심을 모으는 것은 할리우드 안팎의 이슈가 시상식에 끼칠 영향이다. 지난해 시상식에는 반(反) 트럼프 열풍이 강하게 불어닥쳤다. 사회를 맡은 지미 키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올해는 모두 사라졌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 덕분"이라고 꼬집었다. 시상자와 수상자들도 반이민 정책을 펼친 트럼프를 향해 비판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지난해 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사건으로 촉발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라는 의미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타임즈 업'(Time's up: 성범죄와 성차별을 반대하는 여성운동)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약 한달 전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는 '타임즈 업'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대부분의 여배우가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미투 캠페인과 관련한 배우들의 용기 있는 언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상식을 이틀 앞둔 할리우드 돌비 극장 인근에는 '캐스팅 카우치'(배역 책임자의 소파란 뜻으로 할리우드에서 힘 있는 제작자가 여배우에게 성관계를 요구하고 그 대가로 출연(캐스팅)을 보장한다는 그릇된 관행을 뜻하는 말)라는 제목의 조각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이는 조각가 조슈아 진저 먼로가 캐스팅을 빌미로 여배우들의 몸을 탐한 하비 와인스타인을 풍자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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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라라랜드'는?…아카데미 특수 노려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오른 9편 중 '겟 아웃', '덩케르크', '다키스트 아워', '셰이프 오브 워터', '더 포스트'는 차례로 국내에 개봉해 관객과 만났거나 만나고 있다. 미개봉작은 '쓰리 빌보드', '팬텀 스레드', '레이디 버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4편이다.

이미 상영을 종료한 '겟 아웃', '덩케르크', '다키스트 아워'를 제외한 나머지 6편은 아카데미 특수를 기대해볼 만하다. 그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감독상 수상작인 '라라랜드'는 전국 357만 명, 작품상 수상작인 '문라이트'는 17만 명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라라랜드'는 다양성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와이드 릴리즈됐고, '문라이트'는 100개 미만의 상영관에서 석 달 가까이 장기 상영됐다. 두 영화 모두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관객이 급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이뤄냈다.

현재 상영 중인 '셰이프 오브 워터'는 박스오피스 상위권를 지키며 입소문을 키워나가고 있다.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더해진다면 장기 상영될 가능성이 높다.

강력한 작품상 후보인 '쓰리 빌보드'는 오는 15일 개봉해 수상 결과가 흥행에 끼칠 영향이 크다. 이밖에 '아이, 토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의 후보작들도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개봉을 확정하며 특수를 노린다.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4일(현지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지미 키멜의 사회로 열린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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