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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서울시 금고지기' 누가 되나…은행권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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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32조 시예산 운영 및 브랜드 이미지 상승 효과 커

우리銀 수성 자신 속 복수 금고제 도입 여부 관심

서울시금고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간 경쟁이 뜨겁다. 한 해 32조원이 넘는 예산을 관리하며 얻는 수익뿐만 아니라 수도 서울의 금고지기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은행이 100년 넘게 서울시금고를 맡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의 복수 금고제 도입 여부가 은행권의 주요 관심사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조만간 서울시금고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서울시 금고로 지정되면 금고은행은 서울시 소관 현금과 서울시 소유 또는 보관에 속하는 유가증권의 출납 및 보관, 세입금의 수납 및 이체, 세출금의 지급, 세외세출외현금의 수납 및 지급 등의 업무를 취급하게 된다. 서울시와 시금고 은행간 약정기간은 내년 1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4년 간이다.

세계파이낸스

자료=서울시·각 은행. 표=오현승 기자


시금고를 맡게 되면 31조 8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데다 수도의 시금고를 관리한다는 브랜드 이미지 상승 효과도 얻게 된다. 1만 명이 넘는 서울시 소속 공무원 등을 고객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때문에 이번 입찰에서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참가할 공산이 크다. 지난 2014년 진행된 시금고 은행 공모에서도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총 4개 은행이 뛰어들었다.

관건은 현행 단수제인 시금고 은행 운영방식이 복수제로 바뀌느냐다. 복수제는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1금고와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2금고를 각기 다른 은행이 맡는 방식이다. 현재 우리은행이 103년 간 줄곧 서울시금고를 관리해오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권고에 따라 지난 2010년부터 공개입찰방식이 도입됐지만 우리은행은 '서울시 금고지기' 지위를 잃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서울시금고 '수성(守城)'을 자신하는 모습이다. 현행 단수 금고제의 효율성을 장점으로 내세움과 동시에 103년 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정운영을 지원해왔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운용자산 규모가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주거래은행과 주식부문 수탁은행으로 선정된 점도 자신들의 경쟁력이 인정받은 결과라고 내세운다. 특히 취임한지 채 100일이 되지 않은 손태승 우리은행장으로서도 임기 첫 해 서울시금고를 지켜내는 게 핵심 관심사다.

반면 다른 시중은행들은 복수제 전환을 통한 2금고 사업권을 따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행 단수 금고제로는 우리은행과 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대체로 인정한다. 특히 일부 은행에서는 복수제 도입을 위해 행장이 직접이 직접나서 뛰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적지 않은 출연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상징적인 의미가 커 서울시금고는 은행으로서는 매력적"이라면서 "4대 은행은 모두 입찰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 재무과 관계자는 "현재 (입찰공고를) 준비 중이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과거 시금고 은행 입찰에서 2014년엔 1월, 2010년엔 4월에 각각 선정 공고를 냈다.

한편 서울시는 향후 꾸려질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통해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 △시민의 이용 편의성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 협력사업 추진능력 등을 평가해 시금고 은행을 선정한다. 늦어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사업자 선정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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