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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해저 광산개발 도전, CIA 거짓 작전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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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소련 핵잠수함 인양 위해 CIA, 美재벌과 가짜 프로젝트 가동

작전 실패했지만 심해진출 길 열어

파리기후협약 가입국 195개국에선 2040년부터 휘발유 차를 생산하지 못한다. 그때쯤이면 유럽에서만 전기차 생산을 위해 코발트가 지금의 27배 더 필요하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재료가 코발트이다. 그런데 세계 코발트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내전(內戰) 때문에 수요를 충족할 코발트 생산이 불투명하다. 첨단 디지털 기기에 들어가는 다른 희토류 금속들도 채굴 가능한 매장량이 점점 소진돼 간다.

조선일보

이 탓에 주요 선진국들은 심해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육지보다 800배나 많은 희토류 금속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심해저엔 망간·니켈·구리·코발트가 함유돼 '검은 금(金)'이라 불리는 망간 단괴가 풍부하다. 선진국 간 해저 광물 채굴 경쟁이 불붙을 정도로 기술 발달이 진전된 계기는 1970년대 미 중앙정보국(CIA)의 '음모'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1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우주개발이나 원자력발전과 마찬가지로 심해 광물 채굴 기술의 발달도 미국과 소련 간 냉전(冷戰)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1968년 소련의 핵잠(核潛) 'K-129'가 태평양 작전 중 실종됐다. 핵 탄도미사일 3기를 탑재하고 70일 이상 수중 작전이 가능한 당시로선 최첨단 무기였다. 소련은 첨단 비밀 누출을 막기 위해, 미국은 소련의 기술을 파악하기 위해 서로 태평양을 이 잡듯이 뒤졌다. 결국 하와이 북서쪽 수심 4.8㎞ 해저에 침몰된 그 잠수함을 미국이 먼저 발견했다. 소련의 핵 기술과 암호 체계를 캐낼 수 있는 '보물선'이었다. 문제는 소련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하게, 어떻게 깊숙이 가라앉은 잠수함을 인양하느냐였다.

CIA는 항공 재벌 하워드 휴즈를 앞세운 '프로젝트 아조리안'을 가동했다. 휴즈는 경주용 비행기를 직접 몰아 미 대륙 최단(最短) 횡단 기록을 세운 괴짜였다. 그는 해저 망간 단괴를 캐는 광산 개발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억만장자 휴즈가 움직이자 해저 자원 개발과 관련된 회사들의 주가가 치솟았다. 미국 대학들이 앞다퉈 해저 탐사 과목을 개설하기도 했다.

CIA가 2000t의 소련 잠수함을 끌어올리는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돈은 5억달러. 이 돈이면 당시 항공모함 수 척을 건조할 수 있고, 아폴로 우주선을 달로 보낼 수 있는 거액이었다. 그 돈으로 광물 탐사선처럼 위장한 인양선이 건조됐고, 1974년 거대한 갈고리들을 잠수함에 걸어 통째로 끌어올리는 인양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해수면에 도달할 무렵 일부 갈고리가 끊어져 나가며 잠수함은 다시 깊은 바닷속으로 잠겼다. CIA와 휴즈가 건진 것은 잠수함 일부분과 소련 수병 시신 6구뿐이었다. 이듬해 이 망간 단괴 발굴 사업이 '허위'였다는 사실이 언론에 폭로됐다. 하지만 이 경험으로 4.8㎞ 밑 바닷속 광산 개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작년 9월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인근 해저 1600m에서 구리와 아연이 포함된 광석을 채굴하는 데 성공했다. 캐나다 회사 노틸러스 미네럴스도 작년 11월 말 파푸아뉴기니 주변 1600m 해저로 내려 보내 금·은·동·아연이 함유된 광석을 캐는 거대한 로봇 3대를 선보였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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