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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유럽서 쏟아져 나온 '中 팽창외교'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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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안보회의서… "中 금전외교로 자유·민주 가치 흔들어"

"일대일로는 '홍색제국' 꿈꾸는 시진핑의 강세적 외교 전략"

中 내부서도 비슷한 분석 나와

중국의 공세적인 팽창 외교에 대해 '자유·민주 가치를 뒤흔드는 금전 외교'라는 강도 높은 경고가 유럽에서 쏟아져나왔다. 최근 중국의 군사력 확대에 대해 경고음이 잇따라 나온 데 이어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를 내세워 유럽 각국에 영향력을 뻗쳐오는 것에 대한 경계론이 제기된 것이다. 중국 내에서도 "일대일로는 '홍색제국(紅色帝國)'을 꿈꾸는 시진핑식 강세(强勢) 외교"라는 진단이 나왔다.

19일 독일의 소리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 시각) 열린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는 '중국 경계론'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MSC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과 아시아 지역 정부 고위 당국자들과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 국제안보포럼이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장관 겸 부총리는 MSC 연설에서 "중국은 일대일로를 활용해 자유·민주·인권 존중에 기반을 둔 서구 가치관과 다른 중국적 가치를 촉진하고 있다"며 "그로 인해 민주주의와 독재체제 간 대결이 재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현재 전 지구적 스케일의 확고한 지정학적 목표를 가진 유일한 국가"라며 "서구는 여기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특히 일대일로를 앞세운 중국의 공세적인 금전 외교의 힘을 우려했다. 그는 "중국의 금전 외교에 맞서 유럽은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도 '중국 경계론'에 가세했다. 융커 위원장은 "유럽이 중국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유럽 국가들의 단합을 호소했다. 쿠츠 총리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후퇴로 인해 점점 커지는 권력 공백을 중국이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의 이런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중국 내부 전문가들의 진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역사학자 장리판(章立凡)은 18일 독일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외교는 덩샤오핑 시대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를 탈피해 강세적인 전략으로 전환했다"며 "그 목표는 시 주석이 세계의 영수(領袖)가 되거나 중국을 거대한 홍색제국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색은 중국 공산당을 상징한다. 중국 정부에 대한 비판적 논평으로 유명한 장리판은 "중국은 고속성장하는 경제와 낙후된 정치체제 간의 불균형, 빈부 격차, 인권 갈등에 따른 내부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 성장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 일대일로 정책과 위안화 국제화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리판은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마오쩌둥 시대의 혁명 수출과도 닮았다"고 했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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