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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한국, 美 통상압박에 중국과 닮은 꼴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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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통상 충돌]

"美 보호무역 공세에 필요 조치" 중국 상무부 성명 내용도 비슷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 지시는 미국발(發) 통상 압박에 대해 중국이 보인 반응과 유사하다. 앞서 17일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내고 미국이 고율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 등을 현실화할 경우 "반드시 필요한 조치를 취해 정당한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발언과 중국 상무부 성명은 미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압박을 '보호무역주의 공세'로 규정한 점, 무역 규제가 시행될 경우 맞대응 조치를 하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통상 분야에서 한·중(韓·中) 공조 체제가 미국에 맞서는 모양새가 형성됐다"고 했다.

현재로선 미국의 철강 규제 주요 타깃은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중의 철강 산업이 서로 연계돼 있어 제재 대상에 같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과도한 철강 수입이 경제 약화를 초래해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는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불똥은 한국으로도 튀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값싼 중국 철강을 대미(對美) 수출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과 첫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가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중국산 덤핑 철강 제품의 수입을 한국이 금지해야 한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인 만큼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로 방어해 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WTO 제소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한·미·중 사이에 묘한 구도가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호혜세'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 등) 이들 국가 일부는 '이른바 동맹'(So-called allies)이지만 무역에서는 동맹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통상 문제를 놓고 한·중이 같은 편'이란 인식을 가질 때 그 여파는 한·미 동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중국에 이른바 '3불(不)' 의사를 전한 뒤 철강 등에 대한 무역 공세가 강화된 것을 두고 이미 외교가에선 미국이 통상과 안보 문제를 연계시키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이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적과 아군을 세밀하게 선별하고 있다"며 "북핵 상황이 엄중한 시점에 한·미 간 안보·경제 포괄적 동맹의 균열이 생긴다는 이야기가 나와선 안 된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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