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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보다, 읽다]혁명은 이미지로 온다···급진적 역사 포스터 시리즈를 한 눈에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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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사회적 격변의 시기에는 거리의 벽도 소리 높여 외친다. 포스터, 벽화, 낙서의 등장은 혁명을 발전시킨다. 아니면 최소한 혁명의 재에 숨길을 불어넣어 다음 혁명까지 불씨를 살려놓는다.”(리베카 솔닛)

1998년 미국 디자이너 조시 맥피는 ‘기적’과도 같은 경험을 한다. 맥피가 동료 몇몇과 함께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의 인적이 드문 거리를 흑인 민권운동가 맬컴 엑스(Malcom X)의 이미지로 뒤덮은 지 불과 10분이 지났을 무렵, 주민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터를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를 묻는 이들부터 직접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겠다고 나선 이들까지 몰려들었다.

‘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CPH·Celebrate People‘s History)’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됐다. CPH는 공산주의에서 민족해방, 자유주의, 무정부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적 전통에서 민중들이 벌인 저항을 포스터로 표현한다. 전문 작가의 창작물부터 대량 배포를 목표로 만든 작품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대부분 2도 인쇄로 값싼 무광 용지에, 오래된 아날로그 오프셋 장비로 인쇄했다. 지금까지 10개국 이상의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CPH 프로젝트 20주년을 기념하는 동명의 책 <민중의 역사를 기억하라>(서해문집)이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솔닛은 서문에서 CPH의 활동을 공적 공간을 되살리려는 노력으로 풀이했다. 솔닛은 “벽에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누군가 공적 공간을 위해 하는 일과 똑같다. 즉 권력과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는 일이다”고 말했다.

구체제를 뒤흔드는 강렬한 이미지가 담긴 포스터들을 본문 내용과 함께 발췌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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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혁명은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노예 봉기였다. 1804년 최초의 흑인 공화국이 성립으로 이어졌다”고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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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엇 터브먼은 미국의 흑인 여성 노예해방운동가로 1863년 6월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콤바히강 게릴라 작전을 주도해 750명 이상의 노예를 해방시켰다. “이것은 미국 역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최초이자 유일한 군사 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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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 무정부주의자인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는 1908년 미국으로 이민을 했다. 제화공과 생선 행상으로 일하던 이들은 1920년 4월 살인 사건에 용의자로 연루돼 결국 처형당했지만, 뒤늦게 범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억울한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무정부주의자로서의 신념이나 혁명적 폭력에 대한 결의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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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란회는 1921년 4월 결성된 일본 최초의 반제국주의 여성 단체이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금지됐던 시기에 적란회 소속 회원들은 적극적으로 활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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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티 부대는 1936년 7월 스페인의 프랑코 장군에 맞서 싸운 2000명으로 시작된 무정부주의 부대이다. 이들은 훨씬 강력한 파시스트 부대를 잇따라 격퇴했고, 스페인 농촌혁명과 직접민주주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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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8)는 기록적인 수익을 거뒀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든 노동자들은 보상을 받기는 커녕 저임금과 일시해고에 직면했다. 만화영화제작노동조합이 나섰지만 디즈니가 노동조합 인정을 거부했다. 디즈니를 떠난 작가들은 United Productions of America라는 다른 만화영화 제작사를 새롭게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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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저명한 도시 전문가인 제인 제이콥스(1916~2006)는 1960년대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이웃들과 함께 로어맨해튼의 고속도로 건설과 주거지 철거를 저지했다. 제이콥스는 도시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고 지역사회의 동의 없이는 거대 개발 계획이 실행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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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해방전선(ALF)은 실험실이나 모피농장에서 동물을 구조하는 단체다. 이들은 누구도 살아있는 생명체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믿으며, 동물을 좀더 인간적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동물복지 단체의 주장도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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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1983년 사이 아르헨티나에서 수천명의 젊은이가 정부기관원에 의해 비밀리에 납치돼 고문당하거나 살해됐다. ‘5월 광장 어머니회’는 그들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모인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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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출신의 왕가리 마타이(1940~2011)는 환경 파괴, 빈곤, 실업, 영양실조, 천연자원 남용과 아프리카 전역의 정치경제적 영향에 대한 관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제고하는 그린벨트운동을 추진했다. 그린벨트운동을 통해 1955년 6만명 이상의 여성이 7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30개국 이상으로 확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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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8월8일 버마(현 미얀마)에서 수십만명의 민중이 거리에 나와 군부독재의 종식을 외쳤다. 군부정권의 강제 진압으로 1만명이 살해되고 수천명이 난민이 되었지만, 8.8.88은 버마 민중의 민주화 투쟁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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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활동은 2003년 9월10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제5차 각료회의에서 농민 이경해씨가 자결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전농은 WTO의 개방주의와 신자유주의 세력에 맞서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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