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평창올림픽 축제에도 웃지 못하는 기업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축제 평창올림픽이 이달 9일 개막했다. 기업 입장에서 올림픽은 자사 브랜드를 전세계인들에게 노출할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

조선비즈

지난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성형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대표적이다. 조직위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2000억원 이상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는 국내업체 중 유일하게 IOC와 가장 높은 수준의 마케팅을 할 수 있는 TOP(The Olympic Partner) 계약을 맺었지만, 올림픽 TV 광고나 프로모션은 하지 않고 있다. 평창에 만든 체험관 홍보도 소극적으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평창 올림픽에 소극적인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상고심을 앞둔 상황 때문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상고심이 남아있어 자중하는 모습”이라며 “더욱이 스포츠 후원으로 문제가 됐기 때문에 아직 삼성은 모든 것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 시각) ‘주식회사 한국, 돈과 정치가 이상한 올림픽을 만든다(For Korea Inc., Money and Politics Make an Awkward Olympics)’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NYT는 "한국 기업들은 특수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올림픽 후원이 잘못 해석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스포츠 사업을 후원했다가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례 때문에 대기업들이 올림픽에 적극적으로 마케팅하기 이상한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롯데도 평창올림픽·패럴림픽·스키협회 등에 600억원을 지원한 올림픽 공식 파트너사지만 올림픽을 즐길 수 없게 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지난 13일 징역 2년6월에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탓이다.

신 회장은 2014년부터 대한스키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직접 국가대표 스키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석하고 선고 재판 전날인 12일이 돼서야 서울로 이동하며 올림픽을 직접 챙겨왔다. 그는 국제스키연맹(FIS) 집행위원이기도 해 올림픽 기간 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등도 만나 스포츠 외교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대한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규정 제24조 7항에 따라 구속과 동시에 대한스키협회장 직무도 정지됐다. 해당 조항은 "회원종목단체의 임원이 해당 단체의 운영 이외의 범죄사실로 구속되었을 경우 그 직무가 정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동통신 분야 공식 파트너사인 KT(030200)는 지난달 31일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5G 기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 개관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당일날 압수수색을 당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일 오전 경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기도 분당 KT본사와 서울 광화문지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행사는 황창규 회장이 참석해 5G 시범서비스 준비를 완료했다고 선언하는 자리이기도 했지만, 압수수색에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되자 결국 황급히 자리를 떠나야 했다. 황 회장이 자리를 떠난 후 오경목 KT 사장이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진행자는 행사와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고 했지만, 압수수색 관련 질문은 이어졌다. 잔칫날 날벼락을 맞은 것이다.

NYT는 "올림픽은 통상 개최국 대표 후원기업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절호의 기회지만, 한국의 경우 다르다"고 했다.

안상희 기자(hu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