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히잡 벗고 거리로 나온 이란 여성들... 히잡이 뭐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지난해 12월 27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히잡을 벗어 막대기에 매단 채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유튜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00] 최근 이란에서 히잡 착용을 반대하는 여성들의 용감한 1인 시위가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한 이란 여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셀프 동영상에서 "나는 인간이니까, 무엇을 입을지 결정할 수 있는 성인이니까"라고 말하며 히잡을 벗어던진다. 최근엔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막대기에 걸고 흔드는 1인 시위까지 퍼지고 있다.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라는 이름이 붙은 이 운동은 '이란판 미투 운동'으로 불리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슬람 여성의 복장은 본래 중동 지역에서 모래바람과 태양열을 차단하기 위한 방법으로 남녀 모두의 의복에 해당했다. 그러나 중동 지역의 가부장적 전통과 이를 강화하는 종교 이념에 따라 여성에게 국한되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신체 노출의 정도로 보수성을 따지면 히잡-차도르-니캅-부르카 순으로 부르카가 가장 보수적이다.

매일경제

히잡 /사진=펙셀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히잡은 가장 가벼운 형태의 옷으로, 얼굴만 내놓은 채 머리에서 가슴 부위까지 천을 늘어뜨려 상체를 가리는 두건이다. 아랍어로 '가리다'라는 의미를 가졌다. 탈착이 쉬우며 북아프리카 지역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이슬람 국가에서 많이 착용한다. 히잡 외 나머지 복장은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하는 경우가 많고, 히잡 자체의 색상에도 제한이 없어 다양한 색으로 멋을 내는 여성이 많다. 청바지나 티셔츠 위에 히잡을 입은 여성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매일경제

차도르 /사진=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도르는 히잡에서 한발 더 보수적으로 나아간 형태의 의류로, 넓은 검은 천을 머리부터 내려서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형태다. 차도르란 이름은 '덮는다'라는 의미의 이란어에서 왔으며, 아랍어로는 '아바야'라고 부르기도 한다. 여성의 선택에 따라 얼굴을 가릴 수도 있고 드러낼 수도 있다. 주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에서 볼 수 있다.

매일경제

니캅 /사진=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니캅은 차도르에서 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완전히 가린 옷이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모로코 등지에서 이 복장을 한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손발과 눈 등은 내놓을 수 있으나 이마저도 장갑과 얇은 천으로 가리기도 한다.

매일경제

부르카 /사진=위키피디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르카는 신체 전체를 완전히 가린 형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을 덮어쓰도록 한 가장 보수적인 복장이다. 눈 부위까지 얇은 천이나 망 형태로 가려져 있어 인상착의 식별이 어렵다. 여성의 신체를 부모나 남편 이외 남성에게 보이면 안 된다는 율법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대부분 여성, 이집트 베두인 여성,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여성들이 착용하는 의상이다.

여성의 신체를 가리는 중동 지역의 복장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과 이슬람 선지자의 언행록인 하디스에서 머리카락과 가슴 등을 가려 남성의 성욕을 억제시키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눈만 내놓는 니캅이나 온몸을 가려버리는 부르카처럼 입고 다니라는 얘기는 어디에도 없어 이들 의상은 늘 쿠란의 계시를 과대 해석했다는 비판이 따라다닌다.

또 니캅이나 부르카가 문제되는 부분은 얼굴을 전혀 알 수 없어 범죄에 악용된다는 점이다. 2008년 이집트에서는 니캅을 착용한 남성 4명이 은행 절도를 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지만 복장 탓에 신원을 파악할 수 없어 아직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쇼핑몰에서는 니캅을 입은 무슬림 여성이 미국인 여성 교사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현재 이집트, 시리아 등지에선 은행이나 대학 등에서 니캅과 부르카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 캐나다, 노르웨이, 프랑스 등에서도 보안을 이유로 니캅 착용을 금지시켰다. 심지어 이를 강요했던 IS에서조차 2016년 부르카를 착용한 반IS 여군에게 IS 간부가 살해당한 뒤 부르카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매일경제

`가장 적당한 무슬림 여성의 의상` 설문조사 결과 /자료=에듀넷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대가 2011~2013년 7개 이슬람국가에서 '가장 적당한 무슬림 여성의 의상'을 물은 결과 '흰색 히잡'을 제일 적당하다고 선택한 국민이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이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보수성이 짙은 나라에서는 니캅이 가장 적당하다고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터키나 레바논처럼 세속화된 국가에서는 가리개가 없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다수를 차지했다.

[안정훈 국제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