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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한파가 화재 키운다…"추울수록 건조, 작은 불씨도 큰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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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일가족 3명 사망 아파트 화재 현장 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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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토중/ [그래픽]계절별 화재 발생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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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그래픽]화재발생 장소별·계절별 사망건수


"겨울에 북쪽 공기 영향…수증기량 적고 건조"

"작은 불씨·스파크도 건조한 공기 만나 화재로"
올겨울 화재 7742건 발생…예년과 비슷한 수준
사망자 겨울에 집중…지난해 107명 목숨 잃어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1. 일가족 세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화재는 지난 28일 오후 7시께 서울 은평구 불광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신고 4분 만에 소방대원이 도착했지만 불을 끄는 데 1시간 20분이 걸렸다. 동파를 우려해 소화전 스위치를 '수동'으로 바꿔놓은 상태여서 진화 작업이 지체됐다. 이날의 최저 기온은 -9도 아래까지 떨어졌다.

#2. 지난 27일 0시46분께 경기 이천시 야적장에서 발생한 불이 주택가로 번졌다. 이 불은 30분 만에 진화됐지만 잠을 자던 A(18)군과 여동생 B(14)양이 숨졌다. 부모는 일 때문에 외출 중이었다. 화재는 주방과 안방쪽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올겨울 매서운 추위가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를 동반한 화재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한파와 함께 찾아온 건조한 대기 탓에 사소한 불씨마저도 큰불로 번지는 환경적 요인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남쪽 공기, 겨울에는 북쪽 공기의 영향을 받는다. 찬 북쪽의 공기는 가지고 있는 수증기량이 적다. 반대로 따뜻한 남쪽 공기는 가지고 있는 수증기량이 많다. 한파가 지속될수록 수증기량이 적은 북쪽의 공기가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유입되므로 불이 날 수 있는 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파가 발효되는 등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겨울이 되면 대기도 함께 건조해진다"며 "남쪽 공기의 영향을 받는 여름철보다 화재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작은 전기 스파크, 사소한 불씨 등은 평소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면서 "유례없이 추운 기간에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다 보니까 이러한 작은 불씨나 스파크가 주변 먼지, 다른 물질로 옮겨붙어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올겨울이 예년보다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30일까지 발생한 화재는 7742건이었다. 2016년 12월~2017년 1월 7587건, 2015년 12월~2016년 1월 8021건, 2014년 12월~2015년 1월 7636건 등 과거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교수는 "건조한 봄과 겨울에 화재가 다른 계절보다 많이 발생하기는 한다"면서 "하지만 올해 겨울철이 예년보다 유독 화재가 많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겨울에는 사람들이 붐비는 지역에 화재가 집중됐다. 지난해 겨울 발생한 1만1870건의 화재 중 학교·연구소·공연장·숙박업소·전시장·의료시설 등 비주거 지역 화재가 4564건(38.5%)으로 가장 많았다. 단독·공동주택 등 주거지의 화재도 3479건(29.3%)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인명피해도 많았다. 지난해 겨울에 발생한 화재로 총 107명이 사망했다. 이 중 자택에서 불이 나 사망한 사람이 78명이나 됐다. 비주거지에서는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봄에는 82명, 여름 52명, 가을 73명 등이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

이 교수는 "겨울에 난방기 등 열을 발생하는 기구들의 전기 소모량이 많아지면서 과부하, 합성 등이 화재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며 "열 자체로도 화재의 위험성이 있는 데다가 건조한 대기까지 맞물리면서 화재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아 화재가 발생할 시 인명 피해가 커진다"면서 "창문이나 문도 개방하지 않아 밀폐도가 높은 탓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이때 유독 가스가 많이 발생해 사망자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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