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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강추위에도 테니스 용품 매출 훌쩍…‘정현 신드롬’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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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을 꺾고 두 팔을 들어올린 정현.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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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34)씨는 26일 정현(22·세계 58위)이 출전하는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준결승을 직장 동료들과 볼 생각이다. 24일 정현이 8강전에서 승리하자 회사 테니스 동호회에서 ‘호프집’ 응원 행사를 계획했기 때문이다.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글에는 ‘정현 선수의 활약으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배우려는 분들이 많은데, 연습 노하우와 룰·용어 등 생소한 부분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겠다’는 글도 적혀 있었다.

테니스 동호인이기도 한 최씨는 “경기 시간(오후 5시 30분)이 일러 퇴근 후 바로 갈 생각이다. 주변에서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느니 동호인으로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현 신드롬’이 국내를 달구고 있다. 세계 강호들을 연이어 꺾었기 때문이다. 20일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긴 후, 22일 16강전에서는 한때 세계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31·14위)마저 세트 스코어 3-0으로 완파했다. 24일엔 테니스 샌드가 렌(27·97위)까지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기며 또 한 번의 승전고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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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8강전 승리 후에 '로드 레이버 아레나'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는 정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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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의 활약으로 최근 테니스를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재범(32) 씨는 “평소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 정현 선수의 역동적인 플레이를 보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장 다음 달부터 레슨을 받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모(34)씨도 “직장 사정으로 울산에 내려와 7개월간 테니스를 안 했다”며 “정현 경기를 본 후 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날씨가 풀리는 대로 레슨을 다시 받을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광진구의 슈퍼맨 테니스아카데미 문상윤(31) 코치는 “조코비치를 꺾은 22일 이후 20·30대 직장인들의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1.5배 많이 왔다”며 “황금시간대인 평일 새벽·저녁 레슨은 모두 차서 전화가 와도 신청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테니스 동호인들도 이런 현상을 환영한다.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 동호회 가입자도 더 늘기 때문이다. 동호인 김성훈(31) 씨는 “회원이 10명이 안 돼 동호회를 운영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정현 선수의 승리를 계기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동호회 가입자가 많이 늘어날 듯하다”고 말했다.

자녀를 ‘제2의 정현’으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의 관심도 많다. 정현은 여섯살 때 약시 판정을 받았고, 책을 보지 말고 녹색을 보는 게 좋다는 의사 권유로 테니스계에 발을 디뎠다. 서울 송파구에서 SITA 서울 실내 테니스를 운영하는 박경민 대표는 “정현 선수의 경기 이후에 초·중·고등학생을 가르치겠다는 부모님들의 문의 전화가 유난히 많이 왔다. 내일 경기 후에도 많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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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마켓


유통업계도 ‘정현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5일 온라인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정현 경기가 있었던 22~24일간의 테니스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8%), 전주(17%, 15~17일) 대비 모두 올랐다. 특히 테니스화 매출은 전주보다 123%, 라켓은 68% 늘었다. 김윤상 G마켓 스포츠팀장은 “겨울은 사실상 테니스 비수기인데도 이례적으로 상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호주 오픈에서 정현 선수가 맹활약을 펼친 게 영향을 끼친 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내 20·30세대가 비트코인 투기, 불공정한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등으로 낙담해 있다가 정현 선수로 인해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 교수는 “약시에 슬럼프까지 겪은 정현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를 꺾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집값 폭등·구인난 같은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젊은 층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노갑택 명지대 스포츠 지도학과 교수(전 테니스 국가대표팀 감독)는 “이런 현상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지자체가 최소 10년 앞을 바라보고 유소년 선수들에게 체계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학교 체육 지도자들도 어린 인재들에게 수비 위주의 이기는 경기보다는 설사 지더라도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의 경기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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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페더러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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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26일 준결승전에서 ‘테니스의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37·2위)와 격돌한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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