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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 방에 연봉 50%vs임금 반납…울고 웃는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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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하이닉스 반도체 최대 '연봉 50%' 성과급 잔치

정유·화학도 성과 파티....조선·해운·기계 '구조조정 칼바람'

(서울=뉴스1) 오상헌 기자,송상현 기자 = # 대형 조선회사에서 10년 넘게 사무직으로 일한 A차장(41)은 최근 회사를 관두고 이종(異種) 업종으로 이직했다. 끝모를 조선 업황 불황에 구조조정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A차장은 "몇 년째 이어지는 보릿고개를 더 이상은 넘길 자신이 없다"며 "이직을 고민 중인 동료, 선후배도 주변에 많다"고 했다.

# 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B씨(44)는 요즘처럼 신나게 일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수퍼 사이클'을 맞은 반도체 호황 덕에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2년째 성과급 잔치도 준비 중이다. B씨는 "예전에 이직한 옛 동료들이 농반진반으로 '다시 입사할 수 있느냐'는 말도 가끔 한다"며 "성과급을 많이 받아 부럽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지난해 실적 발표와 성과보상 시즌을 맞아 업종별로 대기업 임직원들의 희비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전례없는 '수퍼 호황'에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둔 반도체·정유·화학업계는 성과급 잔치 준비가 한창이다. 수년째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맞고 있는 조선·해운·기계 업종은 침울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에 따라 업종별 희비가 갈리게 마련이지만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화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뉴스1

삼성전자 사옥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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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잔치에 가장 들떠 있는 업종은 역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지난해 결산 실적을 발표한 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의 일종인 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를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OPI는 연초 세운 목표 초과이익의 20% 한도에서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최대 개인 연봉의 50%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견인한 메모리·시스템LSI 등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최고 수준인 연봉의 50%까지 OPI를 지급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3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전체 잠정 영업이익(53조6000억원)의 60%를 웃돈다.

SK하이닉스도 오는 25일 실적 발표에 이어 내달 초쯤 성과급을 나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려 연봉의 50%에 달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레드(OLED) TV 등 프리미엄 가전으로 지난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낸 LG전자도 다음달 기본급의 최대 300%에 달하는 성과급을 공유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6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역대 두 번째인 2조4685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도 성과보상 기대가 크다. 정유 4사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8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기본급의 1000% 안팎의 성과급으로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기본급 1000%는 연봉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유업계 평균 연봉이 1억원을 초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3000만원 안팎의 성과급이 기대된다. 지난해에도 정유사 직원들은 기본급의 700~1100%에 이르는 보너스를 챙겼다. 역대 최대 이익을 누린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 화학부문 역시 기본급의 비슷한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파티는커녕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마음 졸이는 곳도 많다. 암흑 터널에서 여전히 빠져 나오지 못한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대우조선은 국민 혈세 수조원이 투입된 '마이너스 통장'을 꺼내 쓰고 있는 형편이다. 성과보상은 언감생심이다. 삼성중공업은 대리급 이하 사원까지 모든 임직원이 기본급 기준 임금 10%를 반납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를 포함해 지난해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든 자동차업계도 성과급이 축소됐다. 강성 노동조합의 요구에 밀려 성과급 지급을 약속했지만 실적 부진과 비용 부담을 고려해 규모는 줄였다. 정부와 채권단 지원을 받고 있는 해운사나 기계·중공업계에도 성과급 잔치는 '남의 일'이다.
bbori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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