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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삼성 타도" 손잡은 G2, 위기의 韓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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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특허 관련 3번째 조사 착수…中 정부도 담합의혹 조사 착수설, D램 가격인하 압박]

머니투데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독주를 견제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통상압박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특허침해 조사, 반독점 심사에 나서면서 자국 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가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동원해 자국 기업인 월풀에 힘을 실어준 사례가 반도체 부문에서도 재연되고 있다.

2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ITC는 지난 19일 특정 SSD(솔리드 스테이트 스토리지 드라이브)와 적층전자부품, 이들을 활용한 메모리 제품에 대한 '관세법 337조'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델, 레노보, HP, 아수스, 에이서, 바이오, 트랜스코스모스 등 9개사다.

관세법 337조는 미국 내 상품의 판매와 수입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속 규정이다. 불공정 무역행위를 조사하는 ITC는 이 조항에 따라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나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ITC는 이번 조사가 지난달 21일 미국 반도체업체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비트마이크로는 1995년 설립된 엔터프라이즈용 플래시 저장장치 제조사다.

ITC가 미국·대만기업까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조사대상 기업 9개사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반도체 제조업체다. 델이나 레노보, HP 등은 비트마이크로가 SSD를 판매하는 고객사다.

지난해 9월말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도체 패키징 특허 침해를 주장한 테세라가 생산활동 없이 특허권을 바탕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특허괴물'인 반면, 비트마이크로는 SSD 제조사라는 점에서 ITC가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적잖다는 관측도 나온다.

ITC는 테세라의 제소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말부터 조사를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반도체업체 넷리스트가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해 ITC의 조사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 동안 특허침해 소송이 잇따라 제기되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부가 최종적으로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주지 않더라도 일련의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미국 기업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여지가 크다. 민관이 암묵적으로 손잡고 한국 반도체업체를 상대로 공세를 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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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머니투데이 DB


반도체굴기를 내세운 중국도 민관이 손잡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21스지징지바오다오(21세기경제보도)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RDC)는 지난달 메모리반도체 가격 고공행진에 불만을 품은 자국 스마트폰업체의 민원을 받아들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은 NRDC가 삼성전자에 D램 가격에 대한 논의를 요청했다는 보도도 내놨다. 중국 NRDC는 중국의 거시·실물 경제분야를 총괄하는 경제수석부처다.

NRDC 산하의 '가격 감독·검사 및 반독점국'에서 가격 관련 카르텔과 시장지배적지위의 남용행위, 정부기관의 행정권 남용에 의한 반경쟁 행위를 규제한다.

시장에선 중국이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도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중국 NRDC의 의견에 주의를 기울이면 모바일 D램 가격 상승이 완화될 것"이라는 골자의 보고서를 냈다.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삼성전자가 결국 D램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일본 도시바메모리 지분 인수와 관련한 각국의 반독점 심사에서 8개국 가운데 미국·일본·필리핀·EU(유럽연합)·한국 당국의 승인을 통과하고 중국과 대만 심사만 남은 상태다.

재계에선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온 미국과 중국 업체가 삼성전자의 내부 상황을 활용해 반격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보통 이런 경우엔 양쪽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만나 담판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전자 입장에선 총수 공백으로 이쪽 창구가 막힌 상태"라며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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