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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클릭 이 사건] 입찰 담합 들러리 선 건설사 과징금에 손해배상까지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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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이 2010년 12월 공고한 '이천시 마장공공하수도시설 설치사업'의 사전심사 신청일을 며칠 앞두고 A건설 관계자가 B건설을 찾았다.

A건설 측은 B건설에 들러리 입찰 참여를 요청했고 B건설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듬해 3월 A건설 관계자는 C건설 측과 만나 가격경쟁을 피해 낙찰가격을 올리기로 입을 맞추고 투찰가격을 95% 수준으로 정한 뒤 뽑기를 통해 각사의 투찰가격을 결정했다. 이후 입찰에서 B건설은 설계보상비 수준의 형식적인 설계도를 제출했고 나머지 두 회사는 합의한 투찰가격대로 입찰에 참여해 결국 A건설이 522억2800만원(투찰률 97.1%)의 높은 투찰률로 사업을 따냈다.

그러나 이들의 담합행위는 2015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덜미를 잡혔고 B건설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에 따라 3억6500만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천시는 이들 회사의 담합 때문에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담합에 참여한 B건설에 대해 "38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반면 B건설 측은 "입찰에 들러리로 참여한 사실은 있으나 낙찰가격은 A건설과 C건설의 투찰 합의로 이뤄진 것으로, B건설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이환승 부장판사)는 "경쟁제한 행위로 인해 이천시는 높은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손해를 입었다"며 공동불법행위자인 B건설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건설이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했더라도 담합의 실행행위를 분담해 입찰시장의 경쟁을 직접적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B건설의 경쟁제한 행위로 이천시는 효율적인 낙찰자를 선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들러리로 참여했을 뿐이어서 책임을 제한해야 한다는 B건설 측 주장에 대해서는 "들러리로 참여한 것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액을 줄이는 것은 오히려 신의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담합으로 인한 이천시의 손해액은 실제 투찰금액과 담합이 없었을 때의 가격을 빼는 방식으로 종합적으로 계산했다. 재판부는 B건설이 이천시의 손해액(34억5900만원) 중 80%를 책임져야 한다고 보고 27억6700만원의 손해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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