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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독감예방주사 맞았는데도 독감에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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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26]

매일경제

소아 응급실에는 갓난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열이 펄펄 끓어 온 모양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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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가리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가게 될 줄은 몰랐다. 응급실 말이다. 둘째가 태어난 지 144일 만에 응급실을 찾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그날 낮 감기 증상을 보이는 둘째를 데리고 '달빛어린이병원'에 갔다. 달빛어린이병원은 늦은 밤이나 휴일에 아픈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의료기관이다. 의사는 생후 4~5개월 아기는 해열제를 하루에 4번 먹으면 탈수 증세를 보일 수 있어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밤에 무조건 응급실에 가라고 했다. 이미 해열제를 두 번 먹은 후였다. 집에 와서도 열은 잡히지 않았고 결국 응급실에 갔다. 밤 11시였다.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 접수와 예진을 성인과 소아 모두 한곳에서 진행한다. 응급 환자가 적어 신속히 접수하고 소아 응급실로 향했다. 갓난아기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열이 펄펄 끓어 온 모양이었다.

독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수액을 맞는 아이, 주사 안 맞는다고 빽빽 우는 아이 등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독감 판정을 받고서야 집으로 돌아갔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감 검사 결과 둘째는 B형 독감이었다. 혈관조차 보이지 않는 통통한 발에 링거 주사를 맞아 수분을 보충하고 해열제를 먹여 열을 떨어뜨린 후에야 타미플루 약봉지를 들고서야 겨우 집에 올 수 있었다. 씻고 잠자리에 드니 창밖으로 동이 텄다.

소아과 의사에 따르면 타미플루는 5번 정도 먹어야 비로소 약효를 발휘한다. B형 독감에 걸려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린 첫째의 경우에도 그랬다. 나흘 밤을 고열에 시달리다가 다섯 번째 타미플루를 먹고 나서는 열이 나지 않았다. 타미플루는 감기약에 타서 먹어도 되는데 아이가 너무 어려 자꾸 약을 토한다면 시럽으로 된 타미플루를 다시 처방받는 것도 방법이다. 비급여라 약값은 더 나오지만 둘째의 경우 구토는 확실히 덜했다.

모유 수유 중인 산모나 임신부도 감기약과 타미플루 모두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완모'(완전 모유수유) 중인 나는 처음엔 달빛어린이병원 의사의 잘못된 설명으로 약 없이 B형 독감과 싸웠다. 증세가 악화돼 자주 가는 소아과에 다시 문의해보니 약을 먹어도 된다고 해 약을 먹기 시작했다. 대한모유수유의사회 소속 소아과 의사는 "타미플루는 모유 수유 중인 산모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약"이라면서도 기왕 안 먹고 잘 싸우고 있었으니 감기약으로 이겨내자고 했다. 일주일 만에 감기가 거의 나았다.

나와 첫째는 독감 예방 접종을 했는데도 독감에 걸려 고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예측이 빗나간 게 컸다고 한다. WHO가 올겨울 북반구에서 유행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이러스 외에 다른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면서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던 게 소용이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의료 전문가들은 매년 독감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올해는 독감 예방 접종이 소용없었지만 내년에도 예방 접종은 할 생각이다. 응급실에서 밤새 진을 빼는 것보다야 독감 주사를 맞는 게 낫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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