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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우리 회사는 인간세상을 얼마나 행복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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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경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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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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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성과는 7조4220억원, 사회성과는 5조1521억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1~3분기 ‘경영성적표’다. 재무성과에 더해 ‘사회성과’란 생소한 수치를 내미는 게 주목된다. 하이닉스는 그 이유를 “생존차원”이라고 설명해 더욱 눈길을 끈다.

최태원 SK회장 “생존하려면
사회적 가치에 눈떠야” 깃발
특명받은 하이닉스 계산해보니
“재무성과 7조, 사회성과 5조”

SK 최근 중고차사업 정리
김장행사 중단도 이 잣대로


■ 사회성과, 어떻게 계산했나

하이닉스 발표 가운데 재무성과는 재무적 가치, 즉 당기순이익을 말한다. 반면 사회성과는 경영활동 과정에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금액으로 산출한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것이다. 지난해 1~3분기에 사회에 5조1521억원어치를 기여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임금(2조2501억원)·법인세(1조8596억원)·배당+이자(5199억원) 등이 4조6296억원, 환경(2744억원)·노동(1336억원)·사회생태계(510억원) 등이 4590억원, 임직원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금 등 635억원이다.

하이닉스 조미현 지속경영기획팀장은 “기여한 부분은 더하고, 폐해를 끼친 부분은 빼는 방식으로 계산됐다”고 설명했다. 임금·세금·배당·이자는 국가와 사회에 자금을 수혈해 경제가 돌아갈 수 있게 하면서 임직원과 투자자들의 삶의 질을 높였다는 점에서 전액 기여로 계산됐다. ‘워라벨’(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뜻) 흐름에 따라 근무시간을 줄이고, 임신·출산·육아 여성들에 대한 복지 등도 플러스(+) 항목으로 분류됐다. 일찍 퇴근시켜 가정에 충실하고, 출산·육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으로 본 것이다. 기술을 개방해 협력업체 경쟁력을 높인 것도 기여로 평가했다.

반면 온실가스 같은 대기오염 물질과 폐기물 배출 등을 통해 환경을 훼손한 것은 사회에 폐해를 끼친 것으로 간주해 마이너스(-)로 계산됐다. 대신 에너지·물 사용을 줄이고, 오염물질 배출을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플러스로 계산됐다.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 ㎡당 얼마’ 혹은 ‘폐기물 ㎏당 얼마’ 등 구체적으로 계산해 담았다. 장애인 채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납품 결제일을 지키지 않았거나 현금결제를 하지 않은 부분 등도 마이너스로 계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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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산출했나

하이닉스의 사회적 가치 측정은 사실 에스케이그룹 차원에서 추진됐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협의회’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 18곳의 최고경영자들에게 2017년 한해 동안 사회성과를 얼마나 냈는지를 2018년 6월에 최태원 회장 주재로 열리는 확대경영회의 때까지 산출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하이닉스는 시범을 보인 것이다. 조미현 팀장은 “다른 계열사들이 하이닉스 사례를 참고해 각각 사업 특성에 맞는 사회적 가치 산출 모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케이그룹은 주요 계열사마다 사회적 가치 산출을 전담할 조직을 둘 것도 주문했다. 기존 재무·회계팀이 재무성과를 산출하는 것처럼, 새 조직은 사회성과 모형을 만들어 반기 또는 연간 단위로 경영활동 내역을 분석해 사회성과를 측정하는 일을 맡는다. 계열사 간 사회적 가치 산출 전문가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

에스케이는 이를 “양극화와 소외계층 확대 같은 사회 문제를 기업을 통해 풀어보자”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나와있는 측정 모형 대신 계열사별로 따로 만들게 하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오래 전부터 기업의 새로운 사회공헌 방식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에 주목해왔다. ‘행복학교’ ‘행복나래’ ‘행복도시락’ 등 직접 사회적 기업을 운영해보고,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제안해 석사과정에 ‘사회적 기업가 과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나아가 에스케이 계열사들에도 “사회적 가치에 눈을 떠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무성과만 추구해서는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며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높일 지를 함께 고민하라고 강조하고, 이를 통해 기존 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2016년 10월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고민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측정하지 않으면 관리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해 사회적 가치도 재무적 가치처럼 산출할 것을 주문했다.

삼성전자도 해마다 발표
이름은 ‘지속가능가치’
네이버·카카오도 큰 관심

유럽 아라베스크펀드가
투자기업 고르는 주요 기준
삼성전자 못 드는
MSCI ESG 지수에
하이닉스 1등 포함된 것도
이 ‘사회적 가치’ 기준 때문


■ 관리하기 위해 측정

에스케이의 새로운 경영원칙이 ‘더블 버텀 라인(DBL)’이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계열사의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 재무성과와 사회성과를 동일 선상에 두는 식이다. 에스케이는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거나 기존 사업을 평가할 때도 중요한 잣대로 사용된다. 재무성과가 좋아도 사회성과가 기대에 못미치면 채택되지 않거나 정리되고, 반대로 당장은 재무성과가 미흡해도 사회성과가 좋으면 유지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별로 시험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미 사례가 나오고 있다. 에스케이는 최근 중고자동차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공유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중고차 사업이 재무적으로는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요소가 많아 내려진 결정이다. 또 계열사별로 해오던 김장행사를 중단하고, 그 비용만큼 김치 전문 사회적 기업 제품을 구매해 돌리기로 했다. 사내 바자회도 사회적 기업의 최신 상품을 구입해 파는 쪽으로 바꿨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기존 방식이 임직원들에게 사회공헌활동 경험을 주는 효과는 있었으나 받는 쪽의 만족도가 떨어지면서 비용 대비 사회적 가치가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직원 복지 감축과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재무성과는 높아지겠지만 사회성과는 떨어져 무지막지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는 ‘지속가능가치’ 산출

경영활동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금액으로 산출해 경영성과에 반영하는 것은 삼성전자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케이피엠지(KPMG)의 ‘트루밸류’ 모형을 사용해 해마다 이를 산출해 ‘지속가능가치’란 이름으로 지속가능보고서에 담고 있다. 2016년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가치는 25조9888억원으로 재무적 가치 22조7261억원보다 많다. 재무적 가치에 배당 같은 투자자 가치(3조5586억원), 협력사 지원(8232억원), 지역사회 개발 지원(8830억원) 등을 더한 뒤 온실가스 배출(5879억원), 대기오염(1456억원), 수질오염(6002억원), 폐기물 배출(48억원) 등을 빼는 방식으로 계산됐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다른 기업들의 관심도 크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검색의 사회적 가치를 산출하면 얼마나 될까’란 질문을 갖고 에스케이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하이닉스 발표를 보면서 카카오톡 메신저와 카카오내비 등이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는 얼마나 될 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한결같이 엄청난 사회 기여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투자자와 소비자들이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르거나 제품·서비스를 선택할 때 사회 기여를 눈여겨보는 흐름이 확산되는 것도 사회적 가치 산출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유럽의 아라베스크펀드는 ‘에스(S)레이’란 사회적 가치 평가 잣대를 만들어 투자 대상 기업을 정하거나 투자액을 정할 때 적용한다. 케이피엠지 김정남 이사는 “재무적 성과가 떨어져도 사회적 성과가 좋으면 투자가 이뤄지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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