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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9>창업 초기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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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은 수많은 의사결정의 연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단연 의사결정 프로세스일 것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자금과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 설정이 더욱 중요하다.

스타트업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함에도 대부분 스타트업 기업은 각자의 특수성을 고려한 나름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기보다는 평등주의적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편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동설립자가 서로 동등한 의사결정권한을 나눠 갖고, 상호 합의하에 주요한 내용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왜 스타트업 기업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선호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최적화된 의사결정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라기보다는 사업 초기 불거질 수 있는 불화의 소지를 피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 초기에는 공동창업자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높은 급여나 성과급을 지급할 자금 여력도 없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회사를 다닌다는 자긍심을 심어줄 수도 없다. 무턱대고 회사 지분 비율을 높여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 창업자들을 배려하고, 이들로 하여금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바로 동등한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평등주의적 의사결정구조는 공동 창업자들이 서로 비슷한 학력, 경력 등을 갖고 있는 경우 더욱 심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평등한 의사결정 방식은 공동 창업자 간 상호 신뢰를 형성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평등주의적인 의사결정 방식은 모두가 합의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창업 초기에는 신중한 의사결정 못지않게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소모적인 논쟁이나 토론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경우, 그 시간만큼 직원 급여, 임대료 등 고정비만 더 지출한다. 창업 초기에는 성과를 내는 데 몇 개월만 늦어져도 초기 자본이 바닥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책임소재도 문제다. 모두 함께 결정했기 때문에 함께 책임진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모두가 합의한 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게 되고 절충안을 찾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도출된 절충안은 누구의 의견도 아닌 상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잘못된 결과가 도출됐을 때 아무도 책임지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기존에 활동하는 많은 기업이 공동대표이사보다는 단일대표이사체제 속에서 운영된다. 각 부서별 최종 책임자에 해당하는 CFO, CTO 등도 역시 한 사람씩만 임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창업 초기의 평등주의적 의사결정구조는 외부 투자 자금을 수혈받을 시점에 크게 변경된다. 외부 투자자의 경우는 최종 책임 소재가 무엇보다 명확해야 한다. 결과가 잘못됐을 때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외부 투자자와의 계약서를 체결할 즈음해서 CEO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일견 창업 초기 공동설립자들과 의사결정 권한을 동등하게 나누는 것이 그들을 배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견실한 회사를 만들어 이들에게 실질적인 성과로 보답하는 일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금의 평등주의적 의사결정 방식이 정말 적합한 것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 바란다.

전자신문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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