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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인터뷰②]"충무로가 찾는 배우?" '대세' 박정민의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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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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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아무도 기대하지 않던 이가 눈에 띄는 것만큼, 이미 눈에 띈 배우가 자신을 향한 높은 기대감을 넘어 제 몫을 다해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 지난해 온갖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독식한 배우 박정민(30)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찬사 속 조용히, 그리고 묵묵하게 자신의 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만이 내세상' 인숙(윤여정 분)의 막내 아들이자, 뒤늦게 만난 철없는 형 조하(이병헌 분)의 동생 오진태는, 하나부터 열까지 보살핌이 필요한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인물. 박정민은 완벽히 오진태가 되어 디테일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관객에게 애틋한 웃음과 '힐링'을 안긴다.

화려한 CG나 대단히 철학적이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지도 않는다. 가장 자연스럽고 담담하게 웃음과 감동을 안기는 영화다. 이는 인터뷰마다 무던하고 묵직한 말투 위에위트를 덧칠하는 박정민의 화법과 닮아있다. '그것만이 내세상'과 닮은, 박정민과의 대화다. (인터뷰①에 이어)

Q. 진태라는 인물에 입힌 박정민의 것이 있나요.

“글쎄요. 철저하게 설계하고 준비해야 하는 인물이어서 굳이 저의 것을 집어넣으려고 한 것은 없어요. 다만 저라는 사람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인물이기 때문에 곳곳에 저의 모습도 들어가 있지 않을까요.”

Q. 진태의 의상이나 소품에 박정민의 의견이 많이 반영이 됐다고요.

“진태는 기본적으로 엄마가 입히는 대로 입는 아이에요. 가만히 생각해봤죠. 어린 시절 엄마가 입히는 대로 입던 제 모습이 진태 같더라고요. 양말 신고 샌들 신고. (웃음) 감독님이 목이 늘어난 티셔츠처럼 진태가 입을 것 같은 옷들이 있냐고 해서 찾아 봤는데 제 옷 중에는 없었고, 아버지 방 장롱에 몇 벌 있어서 입었죠.(웃음)”

Q. 촬영을 마친 후 박정민에게 남은 진태의 것은 무엇인가요.

“진태에 대한 마음이 바뀌었달까요. 처음에는 진태가 이해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끝날 때는 제 예상보다 가까워져있더라고요. 피아노 신이 끝나고 나서는 조금 서운하더라고요. 원래는 연기를 하면 ‘잘 가’ 끝나는 스타일인데, 보내기 서운한 마음이 든 것은 처음이었어요.”

Q. 영화 속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을 말하는 장면은 다소 결말로 넘어가는 신호, 장치 같아서 어색해보였어요.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더욱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고민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이미 그쯤 되면 영화를 보는 관객이 진태가 할 말을 예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인터뷰에 임하는 진태에 더욱 몰입하려고 했어요. 진태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없으니 최대한 띄어쓰기를 다르게 해보면 어떨까 해서 ‘무하마드 알리’의 이름도 변화를 줘서 말하는 식으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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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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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합주 장면에서 진태의 즉흥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느 정도는 즉흥 연기 같았는데요.

“지휘대에 올라가는 건 설계를 해놨던 건데, 그 뒤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진태한테는 이 사람들이 들고 있는 악기가 어떻게 보일까 생각이 들어서 다가가서 말을 걸었죠. (오케스트라 단원은) 영화를 찍던 분들이 아니니까 당황하셨을 거예요. NG인가 생각하셨을지도. (웃음)”

Q. 올해 ‘그것만이 내 세상’을 시작으로 엄청 많은 작품을 앞두고 있어요. 다작이 ‘체질’이던가요.

“갑자기 그렇게 됐어요. 신기루 같은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운이 좋게 영화를 같이 해보자는 분들이 많아졌고 작품을 많이 하게 됐어요. 다작이 체질이 아니어서 힘들었어요. 쉬어야 되는데 쉴 수 있는 시기가 너무나 먼 미래인 거예요. 그럴 때 이준익 감독님이 정말 좋은 말을 해주셨어요. ‘너무 목숨걸지 말라’고. ‘변산’을 찍을 때도 제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렇게 힘들어 하지 마. 그게 다 네 짐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죠. 그 말에 힘 입어서 스스로 다잡았어요.”

“또 지금 현장이 너무나 재밌고 즐거워요. 현장이 가진 힘이 있어요. ‘사바하’는 제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장르물’이에요. 드라마적인 영화들을 많이 하다가 장르물을 하게 되니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힘들다가도 모니터 보면 재미있고, 편집본 보면 재미있고 이게 장르물의 맛인가 하면서 찍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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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진 연기를 자꾸 꺼내서 쓰는 것 같을 때 슬럼프가 온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요. 지금은 쉴 틈 없이 연기 활동을 하지만 장르에 변화를 주면서 계속 해서 새로운 재미를 찾는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어느 정도는요.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데, 인간 박정민의 이미지 소비가 있었다면 지금은 작품의 색깔이 저마다 다 달라서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들어가는 진심과 방식은 비슷해도, 제가 해야 하는 미션이 다르고 그게 재미있어요.”

Q. 영화 스케줄 때문에 당분간 연극 무대는 어렵겠네요. 드라마 계획은 없나요?

“연극은 원래는 이 시즌에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네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드라마는 저의 의지가 아니라, 방송국의 의지예요. 대본을 받아야 한다 만다 생각할 텐데 그런 것 자체가 없어요. (웃음)”

Q. 칼럼도 오래 썼죠. 글은 연기 외에 박정민을 표현하는 또 다른 창구 같았어요. 칼럼 연재를 중단한 지도 6개월 정도가 되었네요.

“어느 순간부터는 창구가 되지 않더라고요. 억지로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감일에 쫓길 때도 있었고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Q. 지난해를 기점으로 ‘오디션을 보지 않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요. 많은 감독들이 먼저 찾는 배우가 됐다는 것은 박정민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렇더라고요. 어느 순간 제가 오디션을 보지 않더라고요. 의식을 하지는 않았어요. ‘와 내가 충무로가 찾는 배우야~!’ 생각한 적은 없어요. (웃음) 예전을 생각해보면 (지금이) 정말 과분하고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들어 할 시기가 아니더라고요. 정말 감사한 일인데 어느 순간 짐이 무겁다며 징징 대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 후회도 됐죠. 지금도 훌륭한 배우들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잖아요. 쓸데 없는 불평불만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연기해야죠.”
i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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