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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美 법인세 14%p 확 낮춘 세제개편안 통과…트럼프의 '1600조원 감세 보따리'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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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최고세율 35%→21%로…세계 주요국 최저수준

한국은 법인세 22%→25%로 올려…韓美 법인세 역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자, 향후 10년간 1조5000억 달러(약 1622조원)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안이 19일(현지시각) 미국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세제개편안에 따라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낮아지면, 미국은 주요국 중 법인세율이 가장 낮은 수준인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AFP통신 등은 이날 미국 상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이 51대 48의 근소한 표차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상원을 통과한 세제개편안은 하원에서 일부 조항의 문구만 수정해 재차 표결을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1986년 레이건 대통령이 법인세를 12%포인트 내린 이후 31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 조치다. 감세 효과만 우리 돈으로 1600조원이 넘을 전망이다.

특히 법인세가 14%포인트 대폭 낮아짐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세금 부담은 앞으로 10년간 1000조원 넘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감세로 기업 이익이 늘면 결국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늘려, 전체 소비가 개선되는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외국에서 벌어들인 자금을 본국으로 송금할 때 부과하는 세금도 35%에서 12~14.5%로 크게 낮아진다. 해외에 나가 있는 현금을 미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밖에 개인 소득세 최고세율도 39.6%에서 37%로 낮추고 상속세 공제 금액을 기존 560만 달러에서 1120만 달러로 늘리는 ‘부자 감세’ 내용도 세제개편안에 포함됐다.

세계 주요국, 법인세 감세 속도전
거꾸로 가는 한국…韓·美 법인세 역전돼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마크롱 정부도 현행 33.33%인 법인세율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25%까지 내리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미 법인세를 내린 일본 정부도 법인세 실질 부담률(명목 세율에서 세액공제·감면분을 제한 것)을 최고 20%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탈리아는 27.5%였던 법인세율을 24%로 낮췄고, 영국(20%→19%), 스페인(28%→25%)도 낮췄다. 홍콩 정부도 아시아 최저 수준인 법인세율(16.5%)을 연간 순익 약 3억원 이하에 대해서는 10%를 적용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국이 법인세를 끌어내리며 경쟁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고 있다. 국회는 이달 5일 본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종전 22%에서 25%로 높이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기업에 2조3000억원 정도 추가 세금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규모 감세를 통해 세계의 기업들을 유혹하고 나선 결과, 미국으로의 자본이동이 한층 빨라지고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회복 자신감이 충만한 미국이 내년에도 수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미 기준금리마저 역전돼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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