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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사설]약사의 편의점 판매약 확대 반발, 명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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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 이어 약사도 거리로 나섰다. 대한약사회는 17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전국 임원 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의 품목수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자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궐기대회에 참여한 약사 1100여명은 “편리성만 추구하다 국민건강 절단난다”는 구호를 외쳤다. 대한약사회는 이달 초부터 정부의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와 관련한 투쟁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비상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 편의점에선 해열진통제·감기약·소화제·파스 등 일반의약품 13개 품목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분류돼 판매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기존 품목에 더해 제산제·지사제 등을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회의를 열어 안전상비의약품의 품목을 조정하려 했으나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의 자해소동으로 논의가 무산됐다.

대한약사회는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의약품 오·남용 사례 22만8939건 중 안전상비약과 관련된 부작용은 0.1%에 그쳤다. 야간이나 공휴일에 약국이 문을 닫는 바람에 낭패를 당한 시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편의점에서는 부작용이 적고 안전성이 입증된 약품만 판매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의 품목수를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대한약사회가 편의점 판매약 확대에 반대하며 휴일 거리시위에 나선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시민편익에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잇속만 챙기려는 이기주의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0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건강보험의 비급여 항목을 대폭 축소하는 이른바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문제 삼았지만 속내는 비급여 항목 축소에 따른 병·의원 수입 감소를 우려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의약계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시민 편의와 여론은 무시한 채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군다나 국민건강권 운운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다. 어떤 경우라도 의약계의 집단이기주의로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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