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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 <8>사업계획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하는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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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사업계획서가 얼마나 설득력을 갖췄는지를 판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창업가가 구상한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뛰어 넘어야 할 여러 허들(hurdle)을 이미 얼마나 뛰어 넘었느냐를 살펴보는 것이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놓여 있는 사업계획서보다는 이미 시제품 제작까지 마친 사업계획서가 더욱 견실할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이제 막 판매할 준비를 갖춘 기업보다 작은 금액이라도 실제 매출을 달성한 기업의 사업계획서가 더욱 견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상에서 열거한 사실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듯이, 우리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는 가능한 한 이미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해결해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허위사실이나 과장된 표현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또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시제품부터 만들라는 의미도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의지만을 표명한 사업계획서보다는 실제 여러 시도를 수행해 본 흔적이 제시된 사업계획서가 더욱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단순히 아이디어나 구상만을 제시하기보다는 실제 시제품이나 사이트와 같은 실물이 제시된 사업계획서가 더욱 설득력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주목해 볼만한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MVP(Minimum Viable Product)와 프리토타이핑(Pretotyping)이 그것이다.

MVP란 명칭에서도 들어나듯이 최소한의 범위에서 가장 핵심적인 기능만 실행가능한 제품을 지칭한다. 즉, MVP는 견실한 시제품이 아니다. 외관상 조악하고 부실하게 보일지라도 적어도 창업자가 구상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 정도만은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시제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MVP는 사업이 서비스인 경우에는 사이트 메뉴 배치도 내지 구성안일수 있다. 제품인 경우에는 아크릴판이나 골판지로 만든 모형이 될 수도 있다.

MVP와 유사한 개념으로 프리토타입(Pretotype)이 있다. 프리토타입은 구글의 개발자이자 연쇄창업자였던 알베르토 사이보아(Alberto Savoia)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시제품하면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떠올린다. 프로토타입은 그럴싸한 수준의 시제품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프리토타입은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만을 투여하여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으로 구성한 시제품을 의미한다. 어떤 의미에선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사전 단계가 프리토타입이라고도 할 수 있다.

MVP와 프리토타입의 본래 목적은 예상 사용자에게 핵심 내용만을 먼저 선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내용을 빠르게 검증받자는 데 있다. 하지만 MVP와 프리토타입은 사업계획서 작성에서도 유용함을 더해줄 수 있다.

사업계획서상에서 MVP와 프리토타입의 사진 내지 동영상을 함께 제시할 경우, 투자자들은 사업이 보다 구체적인 실현 단계에 와 있다는 느낌을 전달받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업계획서 상에 MVP 내지 프리토타입을 실제 예상 사용자에게 제시하고 도출한 시사점을 함께 전한다면 투자자에게 사전 준비가 많이 되어 있다는 인상도 심어줄 수 있다.

모든 창업자들은 보다 그럴싸한 시제품을 완성하여 제시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시점에는 이러한 수준에 이른 시제품조차 사치일 수 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한 시제품이 냉담한 반응만 가져온다면, 그간의 시간 허비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사업계획서상에는 사업 내용을 검증받기 위한 수준의 시제품이 보다 적합하다는 사실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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