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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닥터몰라의 IT이야기]애플 아이맥프로, 프로와 컨슈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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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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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벤치마크팀 닥터몰라] 애플은 지난 14일 (현지시간) 미국에서 자사의 새로운 데스크톱 컴퓨터인 ‘아이맥 프로(iMac Pro)’를 정식 발표했다. 전통적으로 일반 소비자 시장을 겨냥해온 그간의 아이맥의 이미지에 전문가용을 암시하는 접미사 ‘프로’가 붙은 것은 분명 모순적이다. 앞서 애플은 이미 아이맥과 구분되는 맥 프로 라인업을 갖춰둔 바 있으나 2014년 초에 출시된 현행 모델로는 오늘날의 작업량에 대응하기 버겁다는 사실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이에 애플은 올해 초 일부 품목의 가격을 전격적으로 인하하며, 2014년 출시 당시의 최하위 모델 (2999달러) 을 폐지하고 당시 3999달러에 해당하는 사양을 2999달러로 끌어내린 바 있다. 이번 주의 아이맥 프로의 발표는, 작게 보아 이 흐름의 연장선이지만 다시 시야를 넓혀 보면 역으로 애플의 전문가용 컴퓨터의 진화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아이맥 프로가 발을 뻗지 않고 남겨둔 여지가 과거 어느 ‘프로’ 보다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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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형 맥 프로는 최하위 모델의 가격이 2999달러였는데, 이와 유사한 사양의 데스크톱 컴퓨터를 조립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당시 기준으로 약 2000달러에 달했다. (물론 개별 부품의 소비자가가 곧 해당 부품의 원가를 의미하지 않으며, 애플과 같은 규모의 회사가 제조사로부터 원가를 절감해내는 수단은 사실상 무궁무진하다.) 다시 말해 공용 규격이 아닌 애플만의 독자적 설계, 디자인, 소프트웨어 등 유무형의 모든 ‘부가가치’를 녹여낸 가격이 약 1000달러에 달했다는 얘기다.

다만 아이맥 프로의 가치를 따지는 건 좀더 복잡한 일이다. 우선 아이맥 프로가 올인원으로 기본 탑재하고 있는 5K 디스플레이가 문제다. 이와 유사한 품질의 LG 울트라파인 5K 디스플레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1299달러에 판매 중이어서 비교에 간접적으로나마 도움이 된다. 우선 가장 비슷한 디스플레이를 공통분모로 갖는 모델, 아이맥 5K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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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사양이 업데이트된 아이맥 5K는 1999달러 모델이 인텔의 쿼드코어 프로세서인 코어 i5-7600과 AMD의 라데온 프로 575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하고 있다. 이들을 포함하여 1999달러 아이맥 5K를 구성하는 부품의 소비자가를 단순 합산하면 800-900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앞서 2999-3999달러의 맥 프로가 1000달러 남짓한 ‘무형의 가치’ 비용을 가졌던 것과 산술적으로 같되, 무게감마저 같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1299달러의 5K 디스플레이 가격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다.

오늘의 주인공 아이맥 프로는 어떨까. 이 제품의 프로세서는 최대 18코어로 구성되는데 오늘날 18코어 프로세서는 인텔의 총 3개 라인업에 존재한다. 하이엔드 데스크톱용 코어 X, 멀티프로세서 서버용 제온 SP, 그리고 그 둘의 중간쯤으로 싱글프로세서 구성만 가능하지만 ECC 메모리 등을 지원하는 워크스테이션용 제온 W가 그들이다. 이 중 아이맥 프로에는 제온 W가 탑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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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과 동일한 형상의 아이맥 프로는 분명 멀티프로세싱까지 염두하지는 않은 설계이나, 동시에 ECC 메모리를 지원하는 등 일반 데스크톱과는 차별화를 꾀하고 있어 제온 W를 탑재한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제온 SP의 전신 격인 제온 E5를 탑재했던 2014년형 맥 프로를 비롯, 멀티프로세싱을 구현해 두었던 그 이전의 맥 프로들과 엄연히 결을 달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4년형 맥 프로가 선택할 수 있던 최상위 프로세서인 제온 E5-2697 V2와 그에 대응하는 오늘날의 카운터파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제온 E5-2697 V2는 제온 E5 라인업의 최상위 모델이었고, 동시대 인텔이 만들어낸 칩셋 중 가장 거대한 ‘15코어 아이비브릿지-EP HCC’ 에 기반하고 있었다. 오늘날 이에 대응하는 칩셋은 제온 SP에 사용된 ‘28코어 스카이레이크-SP XCC’ 이다. 반면 제온 W에 사용된 스카이레이크-W HCC 칩셋은 18코어를 탑재한 차상위 티어 칩셋이다. 태생 자체가 당대 최고와는 거리가 있고 그 갭 역시 거대하단 얘기다. 갓 출시된 아이맥 프로를 접하며 이미 ‘그 다음’ 을 생각해보는 것이 결코 이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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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일반 소비자(컨슈머)와 전통적인 전문가(프로페셔널) 사이의 계층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프로슈머’라 불리는 이들은 3D 게이밍을 즐기면서 동시에 고화질 동영상을 편집하기도 하고, 방송을 송출하기도 하며 때로는 직접 게임을 만들기도 한다. 전통적인 사용자 구분의 경계선이 희미해지는 지금, 아이맥과 맥 프로의 정체성을 절충한 아이맥 프로는 어쩌면 ‘프로슈머’를 가장 닮은 오늘날의 컴퓨터가 아닐까. 마침 프로세서 제조업계의 빅2 인텔과 AMD가 모처럼 한 목소리로 이 시장의 성장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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