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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김기춘, 불리한 증언 전 청와대 인사들에 대해 "이제와서 내탓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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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체성 해치는 단체 지원 바람직하지 않아"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전 청와대 간부들에게 “지금 와서 하기 싫은 일을 내가 억지로 강제했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김 전 실장은 14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 등이 좌파에 대한 배제 성과를 내지 않아 (김 전 실장의)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추궁하자 “수석들을 꾸지람하지 않았다. 수석들도 위법한 일이라며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어 “한마음 한뜻으로 나름 국가에 충성한다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와서 하기 싫은 일을 실장이 억지로 강제했다는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와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검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지원에서 배제하라는 지시 등을 한 적이 없나’라고 묻자 “반정부적 사람을 어떻게 하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좌파'라는 용어는 반국가·반체제적이라는 의미였다”며 “대한민국 정체성이나 국가안보, 자유민주주의,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문화·예술인이나 단체에 대한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보조금 지원 배제는 한정적인 예산을 집행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100명분의 예산이 있으면 신청자가 200명, 300명”이라며 “불법시위를 주도하거나 문서의 요건을 안 갖춘 신청자를 하나씩 빼고, 위원들이 평가해 작품성이 떨어지면 제외해서 100명을 지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떻게 명단을 청와대에 보내 가부를 받는 절차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적용에 적극적이지 않아 교체된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세월호 사태로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했는데, 유 전 장관은 그중 한 사람으로 교체된 것”이라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적용에) 소극적이라 교체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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