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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가상화폐 대책, 부작용은 줄이되 신기술 싹은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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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투기광풍현상을 보이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과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은행이 거래자금 입출금 과정에서 이용자 본인 여부를 확인토록 했다.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거래를 금지한다. 가상화폐 자금모집 행위와 신용공여, 방문판매·다단계판매·전화권유판매 등을 처벌하고 다단계·유사수신 방식의 투자금 모집, 가상화폐를 이용한 범죄수익 은닉 등을 엄정 단속하기로 했다.

어제 조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가상통화가 투기가 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 이후 보름 만에 나온 정부의 공식 대응이다. 가상화폐 사기 고교생이 협박성 글에 시달리다가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등 파장이 확산되자 긴급 처방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가상화폐 투자는 투기적 행태로 치닫는 등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하루에 수십%씩 가격이 등락하면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전판으로 전락했다. 직장인뿐 아니라 청소년 주부 노인 등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뛰어들다 보니 해외에서 한국의 이상과열을 우려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기꾼, 환치기 사범까지 극성을 부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가상화폐 규제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가상화폐가 투기 광풍과 혁신 기술이란 두 얼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이 실현시킨 블록체인 기술은 응용분야가 광범위하다. 이 기술을 이용한 시스템은 해킹·조작이 불가능한 데다 투명하고 신속하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은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자 없이 거래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강점이 있다. 의료서비스에 블록체인을 결합하면 환자의 평생 병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가상화폐를 다루는 대책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의 경우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실험을 이미 시작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에선 거래를 금지한다. 일본은 비트코인을 지급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투자자 보호가 엄격한 거래소에만 영업을 허가한다.

가상화폐는 잘만 쓰면 4차산업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과도한 규제나 잘못된 대응으로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할 신기술의 싹을 자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기판으로 변질된 가상화폐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되, 기술혁신의 기회는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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