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지옥같은 전쟁 vs 전쟁같은 지옥…무엇을 맛볼 텐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이달 개봉하는 웹툰 원작 영화들]

‘강철비’

현실감 쩌는 남북전쟁 시나리오

곽도원·정우성 연기 강점이나

판타지적 결말, 긴장감 허물어

‘신과함께’

칠지옥 건너는 판타지 블록버스터

첫 화재 장면부터 빛나는 특수효과

‘신파적 요소’는 호불호 갈릴 듯



“대작 영화는 초반 기세가 성패를 좌우한다.”

영화판에서 진리로 통용되는 이 명제를 고려하면, 12월 극장 대전에서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강철비>와 1주일 차이로 관객몰이에 나서는 <신과 함께>는 사활을 건 한판 대결을 펼쳐야 할 숙명이다. <강철비>는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 권력1호와 정예 요원(정우성)이 남한으로 넘어와 벌어지는 한반도 핵 전쟁 위기에 관한 내용이다. <신과 함께: 죄와 벌>은 화재 진압을 하다 숨져 저승에 간 자홍(차태현)이 그를 변호하고 안내하는 강림(하정우), 해원맥(주지훈), 덕춘(김향기) 등 ‘삼차사’와 동행하면서 칠지옥의 심판을 받는 이야기를 다룬다. 두 영화는 모두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공통점 때문에 비교 지점도 많을 터. 나란히 극장에 걸릴 두 영화 중 뭘 볼까 고민이라고?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선발대’(먼저 보고 팁을 주는 사람들)가 나섰다.

한겨레

영화 <강철비>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현실감 쩐다”-“결말이 비현실적”…<강철비>

유선희 기자-강추 첩보 액션물이라고? 이 영화는 국제 정세 속 한반도의 현재와 가까운 미래 상황을 두루 훑는 ‘역사 팩션 드라마’다. 당장에라도 벌어질 수 있는 전쟁 시나리오가 개연성을 가지고 펼쳐진다. 러닝타임 내내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건 바로 ‘현실성’ 때문이다. 현실 속 김정은의 혹독한 숙청작업은 ‘북한 쿠데타’란 영화적 설정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연이은 핵실험은 ‘핵전쟁 위기’를 살 떨리는 공포로 인식하게 한다.

양우석 감독은 탄탄한 개연성을 바탕으로 두 명의 ‘철우’가 대립하고 협력하며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펼친다. 북한 특수요원들과의 액션, 하늘에서 비처럼 퍼붓는 미사일 등 볼거리도 충분하다. 여기에 음모와 반전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관객의 시선을 마지막까지 고정시킨다. 현실의 엄중함에 대한 성찰과 첩보 액션의 장르적 재미를 동시에 잡은 영리한 연출이다.

다양한 메타포는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두 철우’는 형제인 남과 북을, 정권교체기 두 대통령의 상반된 해법은 북한에 대한 우리의 엇갈린 시각을 상징한다. 영화는 그래서 ‘논쟁적’이다. 공존해야 할 동포이자 물리쳐야 할 적인 북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전쟁도 불사해야 할까? 자주국방을 위해 남한도 핵무장을 해야 하는가? 등등. 논쟁이 치열할수록 <강철비>의 흥행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

한겨레

영화 <강철비>의 한 장면. 뉴(NEW)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남지은 기자-글쎄 감독의 전작 <변호인>이 흥미로운 인물을 다뤘다면, <강철비>는 흥미로운 사건을 다룬다. 충분히 매력적이다. 곽도원·정우성 두 배우의 연기력도 가점 요소다. 곽도원은 주로 조연이 담당했던 유머까지 구사하며 영화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아낸다. 정우성은 그동안의 박한 평가를 반성하고 싶을 만큼 잘 여문 연기를 펼친다.

하지만 미·중·일의 입장과 태도 등 국제 정세에 대한 설명이 너무 길다. 거시적인 부분에 힘을 주다 보니 미시적인 부분은 다소 빈약하다. 두 ‘철우’의 정치적 비중을 고려하면, 이들이 열쇠를 쥔 키맨이라는 설정은 어쩐지 억지스럽다. 더불어 왜 꼭 ‘개인의 영웅적 희생’이 해법이어야 하나. 게다가 현실성으로 무장한 영화답지 않게 결말이 너무 판타지다. 차곡차곡 쌓아온 긴장감이 일시에 허물어질 정도다.

덧붙여 이 영화로 확실한 이득을 볼 사람은 제작사도, 배급사도 아닌, 히트곡 두 곡이 삽입된 지드래곤. 설마, 감독이 지드래곤의 팬층을 작정하고 노린 걸까? (★★★)

한겨레

영화 <신과 함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신파는 그만”-”설득력 있는 신파”…<신과 함께>

유선희 기자-추천 <신과 함께>는 ‘한국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실험이다. 그 중심엔 감독이 오래 벼려온 브이에프엑스(VFX·시각적인 특수효과)가 자리한다. 그래서일까. 자홍이 죽음을 맞는 첫 화재 장면부터 질감이 남다르다. 누구도 본 적 없는 칠지옥의 모습도 상상의 현실화라 할 만하다. 용암이 들끓는 불구덩이 살인지옥, 날카로운 칼날로 이뤄진 검수림을 통과해야 하는 거짓지옥 등 스펙터클한 영상에 시종일관 눈이 호사롭다. 자홍을 안내하고 변호하는 삼차사가 지옥 괴수들과 펼치는 전투 장면 역시 화려하고 박진감 넘친다. 특히 공간감을 충분히 활용한 수직낙하 액션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짜릿함마저 안겨준다.

원작 웹툰은 잊어도 좋다. 따뜻한 가족애와 동료애, 인간애 등 모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 감성은 나름의 힘을 지닌다. 다소 신파지만 설득력 있는 신파랄까. 판타지 블록버스터에 감성 드라마라는 이질적 요소를 잘 녹여낸 결과다.

에잇, 마블 따라쟁이! 마지막 쿠키 영상은 꼭 챙기자. 핫한 얼굴이 빵 터지는 웃음과 함께 2편 맛보기를 선사한다. (★★★☆)

한겨레

영화 <신과 함께>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지욱 평론가-비추 꼭 판타지 블록버스터마저 신파로 만들어야 했을까. 한국영화들이 답습하는 ‘어머니의 사랑과 자식의 후회’로 눈물을 짜내는 낡은 장치를 이제는 그만 볼 때도 됐다. 더구나 “실험적 시도”를 강조한 이런 영화에서는. 웹툰에선 칠지옥을 하나씩 건너며 자홍이 겪는 심판의 서사가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영화에서는 그 반복성이 지루할 수밖에 없다. 이승의 ‘스타벅스’와 ‘구글’을 저승의 ‘헬벅스’와 ‘주글’로 바꿔내는, 원작 속 재치 넘치는 구성과 잔재미가 사라진 것도 아쉽다.

1편의 흡입력은 관객의 걸음을 2편으로 자연스레 이끌 만큼 강력해야 하건만, 어쩐지 2편이 더 걱정이다. 보태어 성실함·사명감·따뜻함을 지닌 의인인 자홍마저 저런 고초를 겪을진대, 평범한 사람은 ‘끓는 가마솥 500년 형’쯤 당연할 듯. 부제인 ‘죄와 벌’이 상징하듯 결국 “차카게 살자”로 귀결되는 계몽적 메시지도 맘에 들진 않는다. (★★☆)

유선희 남지은 기자 duck@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 [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