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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비인후과 41명 집단 감염…유효기간 임박 항생제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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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지난 7~9월 두 달간 근육주사를 맞은 환자 41명이 비결핵 항산균에 집단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초구 보건소가 원인 규명에 나선 가운데 환자들이 맞은 삼진제약의 항생제가 병원에 납품될 당시 남은 유효기간이 4개월에 불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에서는 통상적으로 의약품 유통기한이 6개월 정도 남으면 제품을 반품하거나 교체하는데 제약사로 반품되었어야 할 의약품이 병원에 납품된 것이다. 피해 환자 가운데는 유효기간이 불과 닷새 남은 항생제 주사를 맞은 사례도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서초구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에서 주사를 맞은 환자에게서 잇따라 이상 증세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지난달 접수됐다. 이상 증세의 원인은 감염된 주사제로 추정됐고, 이 병원은 9월 26일부터 근육주사제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질병본부와 서초구 보건소가 이 병원에서 7월 25일부터 9월 25일까지 근육주사를 맞은 환자 143명을 조사한 결과 41명이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감염이 확인된 환자들은 모두 주사를 맞은 후 통증, 부종, 붉어짐, 딱딱한 덩어리, 열감 등을 호소했으며 심한 경우 피부 괴사에 시달리고 있었다. 수십 명이 비결핵 항산균에 집단 감염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서초구 보건소에 따르면 이 병원이 삼진제약에서 항생제를 공급받은 것은 지난 5월 12일이다. 당시 제품의 남은 유효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이 병원은 주사제 720개를 받아 143명에게 420개를 주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연아 박연아이비인후과의원 원장과 삼진제약 직원은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통기한이 4개월 남은 의약품이 병원에 납품된 것, 100명이 넘는 환자에게 주사할 때까지 병원 의료진이 체크하지 못한 점 등은 질본과 서초구 보건소 조사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고 말했다.

비결핵 항산균이란 결핵균과 나병균을 제외한 항산균(抗酸菌)으로 종류만 150가지가 넘는다. 결핵균과 성질이 비슷해 '결핵균의 사촌'이라고도 불린다. 물과 흙 등 자연계에서 분리되며 병원성은 낮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이에 노출되거나 이 균에 오염된 물질이 수술이나 시술로 몸속에 유입되면 폐질환이나 림프절염 피부·연조직·골감염증, 파종성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집단감염을 일으킨 균은 주로 피부와 근육층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사람 사이에는 전염되지 않으므로 환자들을 격리할 필요는 없다.

잠복기가 짧게는 7일, 길게는 6개월에 달하기 때문에 질병본부와 서초구 보건소는 향후 환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균배양 검사에 6주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초구 보건소는 같은 기간 이 의료기관에서 근육주사 처치를 받은 102명에 대해서도 전용 상담전화를 운영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아직 이상 반응이 발생하지 않은 대상자에게 주사 부위 이상 반응 여부를 확인하고, 이상 반응 의심 확인 시 병원 방문 안내와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질병본부 관계자는 "비결핵 항산균에 감염되었다고 해서 생명에 지장을 주거나 큰 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6개월 이상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 상태를 본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일부 환자들은 근육에 찬 고름을 다 긁어내는 수술을 해야 하고, 1년 이상 오래 치료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연아이비인후과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으며 당국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해당 항생제를 같은 시기 박연아이비인후과뿐만 아니라 많은 병원에 납품했다"면서 "다른 병원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는데 유독 해당 이비인후과에서만 이상 증세를 보인 환자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유통기한이 아직 남은 제품을 납품하거나 사용함으로써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삼진제약 내부적으로는 약 자체에서 발생한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했으며 한두 달 후 나올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찬옥 기자 / 김혜순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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