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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수)

[소년중앙]SF 속 진짜 과학 23. 영화 '백 투 더 퓨처'와 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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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러스트=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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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백 투 더 퓨처와 타임머신의 미래



이번 주는 좀 오래된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1985년에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터’입니다. 브라운 박사가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주인공 마티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죠. 마티는 자신이 태어나기 30년 전의 세계에 떨어집니다. 그런데 타임머신은 고장 났고, 그 시대엔 타임머신을 작동시키기에 충분한 전기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이죠. 얼마 후 시계탑에 번개가 친다는 것을 알고 있던 마티는 과거의 브라운 박사의 도움을 받아 미래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마티가 과거에 도착하면서 역사가 바뀌어 버렸습니다. 마티의 어머니가 마티를 좋아하게 된 것이지요. 이대로라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지 않게 되고 마티는 태어날 수 없습니다. 과연 마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미래로 돌아가라’라는 제목의 ‘백 투 더 퓨처’는 시간여행을 다룬 작품입니다. 드로리안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사용해서 과거로, 미래로 자유롭게 여행하며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총 3편까지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시간을 자유롭게 왕래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우리가 과거로 가서 무언가를 하는 순간, 역사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내 운명만이 아닙니다. 세상의 역사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임진왜란 때로 돌아가서 이순신 장군을 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서 임금을 탈출시킬 수 있다면?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히틀러를 어딘가로 날려버리면?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하지만, 시간여행에서는 가능합니다. ‘과연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까?’라며 끝없는 상상을 할 수 있게 해 주죠. 그런데 정말로 타임머신은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요?

‘백 투 더 퓨처’의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보죠. 과거로 돌아간 마티는 본의 아니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결혼하기 어렵게 만들었죠. 이 상태로라면 미래의 마티는 태어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있습니다. 만약에 마티가 태어나지 못한다면, ‘부모님의 결혼을 방해한 자’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마티가 태어나지 못했다면, 마티 부모님의 결혼을 방해할 사람도 없는데 말이죠.

시간여행을 해서 과거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이 같은 상황이 끝없이 생겨납니다. 가령 과거로 가서 이순신 장군을 구하려면, 현재의 내가 이순신 장군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지만, 내가 과거에서 이순신 장군을 구하면, 정작 현재의 나는 이순신 장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어야 합니다.

이처럼 시간여행을 실현함으로써 모순되고 부조리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 그것을 ‘시간의 역설(타임 파라독스)’이라고 부릅니다. 타임 파라독스가 있는 이상,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보다도 시간여행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 여행을 실현하는 순간, 타임 파라독스는 반드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설사 내가 과거로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과거에는 존재할 수 없는 내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은 변화합니다. 나의 체온, 내가 들이마시는 공기, 내가 밟은 발자국 등 아무리 작은 흔적이라도 세상에는 변화를 가져오게 마련이죠. 나비 효과입니다. 뉴욕에서 나비가 날면, 베이징에서 태풍이 생겨나듯이, 작은 변화 하나가 역사를 바꾸어 버릴 것입니다.

물론 시간여행 이야기엔 타임 파라독스를 해결할 수 있는 무수한 방법이 있습니다. 게다가 과학적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요? ‘백 투 더 퓨처’의 마티는 3편에 걸친 모험 끝에 자신의 시대로 돌아옵니다. 마티 덕분에 용기를 얻은 아버지는 SF 작가로 성공했기 때문에, 그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죠.

돌아온 마티는 친구와 함께 (예전에 갖고 싶었던)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깁니다. 그때 불량배들이 그에게 경주를 하자고 말하죠. 그들은 마티를 겁쟁이라 말했고, 마티는 화가 났죠. 그런데 마지막 순간 마티는 경주를 포기합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을 통해 무작정 화를 내면 안 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 덕분에 마티는 사고를 내지 않을 수 있었죠.

시간여행으로 자신의 역사를 바꿀 순 있습니다. 하지만, 매 순간 무언가를 결정하는 나 자신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죠.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의 마음뿐입니다. ‘백 투 더 퓨처’의 이야기는 바로 그런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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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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