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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디즈니, 폭스 인수 코앞… 삼성·애플이 합치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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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74조원 규모 막바지 협상… 미디어 판도 바꿀 거대 공룡 탄생한다

어벤져스에 엑스맨까지 한가족… 영화시장 절대 강자로 서게 돼

미래 먹거리 '동영상 스트리밍'은 넷플릭스가 업계 최강자

디즈니, 폭스가 가진 '훌루' 통해 온라인 시장서 넷플릭스와 승부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대 공룡'의 탄생이 눈앞에 다가왔다.

ABC방송과 스포츠 채널 ESPN 등을 거느린 거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월트 디즈니'가 '21세기폭스그룹'을 680억달러(약 74조원)에 인수하는 협상이 마무리 단계로 치닫고 있다. 외신들은 "세계 1위 영화 스튜디오이자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가 3위 영화사인 이십세기폭스와 폭스의 TV 콘텐츠 부문을 흡수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르면 오는 13일 성사 발표가 있을 것이며, 세부 협상과 당국의 허가 등을 얻는 데 1년 정도 더 걸릴 것"(미 영화산업 전문지 '데드라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으로 치면 애플과 삼성의 합병에 버금가는 파괴력이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최강자 '넷플릭스'에 맞서 미래의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장기 포석의 의미도 있다. 두 기업의 12월 초 현재 시가 총액을 단순 합산하면 2100억달러(약 230조원)가 넘는다.

엑스맨도 어벤져스 팀으로

관객 입장에서는 우선 이번 인수 협상을 통해 디즈니의 '어벤져스'와 폭스의 '엑스맨'으로 나뉘어 있던 마블 스튜디오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원작 만화에선 가능했으나 영화에선 지식재산권 문제로 불가능했던 수퍼 영웅들의 격돌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블 영화 세계의 사실상 무한대 확장이다.

조선일보

/사진=디즈니·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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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또 '겨울왕국' 등을 만든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뿐 아니라 '스타워즈'의 루카스필름, '니모를 찾아서'의 픽사 등을 거느리고 있다. 폭스 역시 8년째 역대 세계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바타'를 비롯, 국내에서도 관객몰이를 했던 '데드풀' '판타스틱 4', 마니아층이 두꺼운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등의 캐릭터가 풍부하다. 디즈니 영화 부문은 작년 한 해 수익만 25억달러에 달하며, 작년 세계 흥행작 톱 10 중 5편이 디즈니 영화였다. 2위 워너브러더스와의 매출 차이는 이미 10억달러에 달한다.

디즈니, 전통 미디어 최강 굳히기

이 협상은 이미 두 달 전에도 한 차례 시장을 뒤흔들었으나, 인수 금액 문제로 중단됐다. 그 틈에 4위 영화사 유니버설을 소유한 컴캐스트 그룹이 폭스와 인수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디즈니는 이번 협상에서 두 달 전 제시했던 금액의 두 배 이상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는 전통의 메이저 스튜디오지만 '스타워즈'를 디즈니에, '007'은 소니 등에 배급권을 넘겨주며 고전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디즈니는 전통 미디어의 최강자 지위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는 전통적으로 극장과 TV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의 강자. 특히 미키 마우스를 위시한 수많은 캐릭터가 폭넓은 사랑을 얻었다. 이번 인수가 완결되면 디즈니는 폭스의 TV 콘텐츠와 제작 스튜디오도 갖게 된다. 유럽 유료 케이블 네트워크인 스카이TV도 확보한다.

"넷플릭스 꺾자" 장기 포석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큰 그림'에서 더 중요한 의미도 있다. 극장 관객이 조금씩 줄어들고, 인터넷으로 보는 관객이 늘어나는 건 전 세계적 추세. 이 새로운 플랫폼에서는 디즈니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최강자다. 디즈니는 이번 인수를 통해 폭스가 가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훌루'의 지분 30%도 확보할 전망. 훌루는 북미 중심으로 탄탄한 시장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넷플릭스 대항마'로 첫손에 꼽힌다. 시장에선 "디즈니가 기존 훌루 지분 30%에 폭스와 다른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가진 지분도 흡수해 100% 자회사로 만들려 할 것"으로 전망한다. 디즈니는 영화의 '미래 플랫폼'을 선점당할까 우려해 왔는데, 이번 폭스 인수로 넷플릭스와도 한판 붙어볼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영화 시장 분석가 김형호씨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훌루 등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중심으로 개인·가정 영화 상영 플랫폼이 변화할 경우 전통적 극장과 IPTV 위주로 구성돼 있는 우리 콘텐츠 시장 구조도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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